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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6. 19:40
평소 차갑고 황량한 분위기가 좋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아까 문득 대체 왜 그런 것일까 하고 자문을 했다. 찬찬히 생각하다가 우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차갑고 황량한 분위기라는 게 뭔지를 먼저 따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가움과 황량함은 일단 소위 말하는 쿨함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쿨하다는 말을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이거나 이해타산에 능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데 그걸 가리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애정결핍으로 인한 자신의 공격성을 위장하는 냉혈한들의 냉정함이나 완전무결함도 아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딱히 싫어하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동정하는 편이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스위치를 넣거나 방아쇠만 당겨지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서 불안해지기 때문에 역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자신의 욕구불만으로 인한 공격성을 느긋하게 삭히지 못하고 외부로 발산하는 행동은 솔직히 혐오스럽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그건 아마도 실망과 좌절에서 기인한 차가움이 아닐까 싶다. 짐짓 희망과 애정을 모두 내버린 듯한 차가움이란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관심과 애정을 차마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비뚤어진 부끄러움,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듯 싶지만 결국엔 널리 내다보지 못한 것에 불과한 어리석음, 남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 보는 고귀한 겸허함 같은 여러가지 품성들을 한데 버무려 그 이면에 숨기고 있는 차가움이다. 만약 내가 이런 차가움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는 그가 마음놓고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그 다음 그의 부끄러움을 자신감으로, 그의 겸손함을 열정으로 받아들여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 반드시 뒤이어 웃음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만약 이런 차가움이 드러나는 글을 접하게 되면 나는 글쓴이가 무엇을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먼저 살펴볼 것이다. 그게 나의 관심사와 일치할 경우에는 깊은 공감을 표시하고, 그렇지 않다면 진심어린 성원과 격려로 대신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차가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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