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 (436)
(14)
時事 (91)
文化 (74)
言語 (13)
科學 (2)
日常 (217)
臨時 (0)
Scrap (15)
中國語 (9)
Beer (1)
Delta (0)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View top news

2009. 4. 20. 16:03
미네르바에 대한 무죄 판결을 보고 과연 기뻐할 수 있을까?

검찰에서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다. 검찰은 미네르바를 일단 구속시킴으로써 첫째 더 이상 아고라에 그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막았고, 둘째 미네르바를 본보기로 내세워 여러 달 동안 괴롭힘으로써 아고리언들을 비롯한 네티즌들에게 위하의 효과를 충분히 달성했으며, 셋째 권력의 충실한 시녀로 정권과의 막후 조율과 교감이 잘 이뤄진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냄으로써 이어진 정권비판세력 탄압(예컨대 MBC 압수수색 시도 등)에 탄력을 얻을 수 있었다. 즉, 미네르바가 풀려난 게 당연히 잘 되고 기쁜 일이긴 하지만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속으로 희희낙락하고 있을 검찰과 이를 사주한 정권핵심세력을 생각하면 웃고만 있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조중동 프레임으로 세상을 재단하려드는 뉴라이트와 한나라당 졸개들은 미네르바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를 향해 벌써부터 '좌파 판사'니 '전라도 출신'이니 하는 인신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일보에서 지난 10년간 사법부에 좌파 법관들이 많이 진출해서 우려스럽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씨부려 놓은 덕분인지 고스란히 조선일보를 받아 쓰는 일부에서는 '좌파 판사'라는 말을 별 거부감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특정한 판결에 대해 그 판결을 내린 법관에 대해 '좌파 판사'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 의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법리에 반하도록 판결의 취지가 변경된 것으로서 합리성과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고 이러한 판결취지의 변경이 법적인 논리보다는 이른바 '좌파 성향'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될 때에만 그를 '좌파 판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좌파 성향'이 어떤 의미인지 별론으로 쳐야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선고한 판사의 고향이 어디인가를 따져 판결의 당부를 묻는 것은 논할 가치조차 없는 형편없는 저질 수작이고, '좌파 판사'라는 비난 또한 이번 판결이 법리에 매우 충실한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전혀 근거가 없을 뿐더러 소가 웃을 만한 상식 이하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 위와 같은 의미에서 공공연히 상식 이하의 주장을 사실처럼 퍼뜨리고 다니는 저질신문 조선일보가 신문업계 1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음을 대변하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