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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5. 21:34
예전에 인기있던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즐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아포칼립스(apocalypse)라는 마법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시전을 하면 화면 전체에 불기둥이 솟는 강력한 기술로 반드시 스크롤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 파괴적 매력 때문에 트레이너를 이용해서 싱글 플레이를 할 때는 꼭 집어넣던 그런 마법이었다.

원래 아포칼립스라는 영어 단어는 드러내다(reveal, disclose)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동사인 '아포칼립토(αποκαλύπτω, apocalypto, apocalupto)'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영역된 신약성서에서는 '드러냄(unveiling), 계시(revelation)'라는 본래의 뜻 그대로 사용되었고 동시에 요한계시록(The Revelation of St.John the Divine)을 일컫는 또다른 표현(The Apocalypse)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디아블로 같은 게임이나 에반게리온 같은 애니메이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계시'라는 뜻보다는 '세상의 종말(the end of the world)'이라는 의미가 오히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아포칼립스라는 단어가 뜬금없이 세상의 종말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까닭은 무엇보다도 요한계시록 자체에 세상의 종말이 예언되어 있기 때문일테지만 여러 사이트들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의 종말에서의 계시(revelation at the end of the aeon)'라는 뜻의 그리스어 표현인 'Apokalupsis Eschaton'에서 '종말'이외의 다른 의미는 모두 생략되어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설하고 '아포칼립토(Apocalypto)'라는 영화의 감독을 맡은 멜 깁슨은 이 제목을 설명하며 '새로운 시작(a new beginning)'이라는 자신만의 정의를 덧붙였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골적인 종교적 암시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를 통해 그의 전작 '패션오브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에 이어 자신의 작품에 신앙을 투영시키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독실한 천주교인으로 유명한 멜 깁슨의 신앙과는 별도로 그의 미덕은 종말이라고 읽히는 단어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정반대의 뜻을 덧대어 정의하고는 십자가를 앞세운 콜럼버스 일행을 희망에 찬 얼굴로 맞이하는 신대륙의 아담과 이브를 마지막 장면으로 그려내는 뻔뻔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우스꽝스럽고 촌스럽기까지한 그 뻔뻔스러움이 왜 미덕인가하면 그에게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선사하며 그의 감독 이력에 출세작으로 이름 올린 '브레이브하트(Braveheart)'나 역시 비슷한 노골성을 내세워 화제에 오른 '패션오브크라이스트'를 떠올려 보면 미덕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브레이브하트'의 오스카 수상은 당시 헐리웃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던 입지를 확인시켜 줬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의 솔직하고도 단순한 직선적 스토리텔링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포칼립토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Tv 채널 돌리다가 한 번 더 눈에 띄면 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