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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17. 18:19
강남에 사는 서울대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강원도나 충청도 같은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한 후 지방학생인 양 기숙사 신청을 해서 진짜 기숙사가 필요한 지방출신 학생들을 밀어내고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최근 학교당국에 의해 적발됐다고 한다.

이 내용은 아래 보이듯이 주요 일간지 사설에까지 실렸지만 적발된 학생들이 전원 강남 출신이라는 사실은 쏙 빼고 '수도권'이라고만 표현했다. 게다가 우습게도 사설은 '대학 기숙사, 더 지어 생활비 부담 덜어줘야' 라는 제목을 달고 기숙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일반론만 늘어놓았다.

서울대는 수도권에 살면서 지방에 사는 친척·친지의 주소로 옮겨놓거나 휴학·자취를 하는 지방 학생 이름으로 기숙사 입주를 신청한 학생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위장전입'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한 이유는 기숙사에 들어가면 통학시간을 아낄 수 있고 하숙·자취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서울대 기숙사는 학부생 2429명, 대학원생 2347명 등 모두 4776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학부생의 14%, 대학원생의 22%를 수용하는 수준이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서울에 살면 신청자격이 없고, 부천·광명·안양·시흥·과천·성남·군포·의왕도 서울지역으로 취급한다. 학부생의 경우 절반을 신입생에게 배정하고 나머지를 2·3·4학년생 가운데서 추천을 받아 배정한다. 기숙사를 신축한 덕에 올해 입사(入舍) 경쟁률은 예년의 2대 1에서 1.5대 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중략>

올해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이미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생활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보통 학부모들은 허리가 휜다.

이런 이중고에 시달리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새 기숙사를 짓거나 기존 기숙사를 재건축하는 방법으로 기숙사를 더 늘려야 한다.

<조선일보 2월 28일자 사설>

지방에서는 대구의 수성구와 같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주민등록법 위반(속칭 위장전입)이 서울의 강남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거주 장관급 인사들의 청문회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주요 일간지들은 '강남의 부전자전-부모도 위장전입, 자식도 위장전입'이라는 식으로 강남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울대는 강남 출신, 외고 출신들에게 점령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학생들은 낯선 서울에 올라와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것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 외에도 각종 생활비 부담에 따라 과외, 아르바이트 등으로 공부시간을 뺏겨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님이 해준 밥을 먹고 편하게 통학하면서 다수의 선후배가 족보를 공유하며 도와주는 외고 출신 학생들에게 학점에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제는 스펙쌓기의 일종처럼 되어버린 장학금 경쟁에서도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곤 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생 기숙사 위장전입이 적발된 계기도 같은 기숙사에 사는 지방학생들이 강남에 사는 게 분명한데도 기숙사를 배정받은 학부생, 로스쿨생 등에 대해 '이건 아니지 않냐'면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러다가 지방학생들이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문화가 판치는 탐욕스러운 강남의 부모들과 그들의 자식들 탓에 서울대 내에서 극소수로 전락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