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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21. 16:14

이번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약 13조원의 배상액을 책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배상은 '원자력손해배상법'이라는 법률을 근거로 이뤄지게 되는데 일본의 '원자력손해배상법'은 원자력 손해에 대해 무과실책임주의, 무한책임주의를 취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원전 사업자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원전 사업자(도쿄 전력)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거대한 천재지변이나 사회적 동란(전쟁, 내란 등)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전 사업자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아무리 도쿄 전력과 같은 큰 회사라도 13조원 정도의 막대한 금액을 손해 배상하게 되면 비록 보험 가입이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더라도 파산 위기에 처하겠지만 이번의 경우는 거의 재앙 수준의 천재지변이었기에 예외 규정인 단서 조항이 적용된 것이다. 다만 책임을 전부 면하기는 어렵고 일본 정부와 협의를 거쳐 도쿄 전력도 배상액의 일부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도 일본과 동일한 이름의 '원자력손해배상법'이 있다. 바로 일본의 법을 모델로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나라에 막 도입되기 시작하던 1969년에 제정, 공포된 법이다. 초창기에는 일본의 '원자력손해배상법'과 거의 동일했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되어 일본법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게 바뀌었다. 무과실책임주의는 동일하지만 일본의 예외 규정은 거대한 천재지변과 사회적 동란의 경우에 적용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간의 무력충돌, 적대행위, 내란 또는 반란(법 3조1항)에만 한정하도록 개정되어 이번 일본과 같은 천재지변의 경우에는 적용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천재지변의 경우에도 일본처럼 예외적으로 국가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원전 사업자가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원전 사업자의 책임에는 한도가 규정되어 있어 사고 1건당 최대 3억 SDR(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 단위, 현재 1SDR은 약 1.476달러), 즉 약 5,000억원 정도까지만 배상 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방사능 누출 사고 뿐만 아니라 과거 미국이나 구소련의 원전 사고들을 보면 대개 그 피해 규모가 추산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천재지변의 경우 원전 사업자가 전부 배상해야 하고 그 배상액에 대해 약 5,000억 정도의 한도를 두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물론 개정이 이뤄졌을 당시(2001년)에는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