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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2. 21:32

아까 <다음 아고라>에서 영어 정책에 관해 벌어지는 다양한 공방을 구경하다가 흥미를 자극하는 댓글을 발견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엉성하게 빨간 줄 긋는 정도가 제 포샵질의 한계입니다


위에 소개된 댓글의 내용은 다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 보신 얘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도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 들어 본 것도 같고 영어 선생님께 들어 본 것도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그 옳고 그름에 대한 의문도 좀처럼 품지 않을 거라는 제 짐작이 맞는다면 일종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과연 이 상식은 맞을까요?

우선 '노랗다'라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우리말 형용사들을 사전을 통해 찾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랗다, 뇌랗다, 샛노랗다, 싯누렇다, 감노랗다, 연노랗다, 누르다, 누르스름하다, 누릇하다, 누름하다, 노르께하다, 노르칙칙하다, 노리끼리하다, 노르끄무레하다, 노르끼레하다.

겨우 5분 정도의 시간을 인터넷 국어사전에 투자해서 찾을 수 있는 표현만도 15 가지나 되는군요(각 단어의 정확한 뜻과 뉘앙스(어감)의 차이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영어사전 펴 보는 수고의 1/10 정도만이라도 한 번쯤은 국어사전에 투자해 보시라는 의미에서 직접 찾아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그렇다면 영어로 '노랗다'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몇 개나 있을까요?

yellow(노란), yellowish(누르스름한), xanthous(노르스름한, 황인종의), amber(황갈색의, 호박색의), bisque(분홍빛이 도는 황갈색의), blond(금발색의), buff(담황색의), chrome(크롬 황색의), cream(유황색의, 우유빛 황색의), gold(금색의), ivory(상아빛 황색의), lemon(레몬빛 담황색의), maize(옥수숫빛의, 담황색의), orange(어륀지색의, 참고로 2MB정부의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마음에서 이 단어만큼은 이제 어륀지라고 쓰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saffron(사프란색의, 선황색의), sand(모래빛 황색의), tawny(황갈색의)

놀랍게도 '노랗다'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 형용사는 오히려 우리말보다 두 개 더 많은 17 가지나 됩니다. 물론 우리말 표현과 마찬가지로 5분 정도의 검색을 통해 작성한 목록이기 때문에 우리말이든 영어든 제가 빠뜨린 단어들도 상당할 겁니다. 그렇지만 흔히들 믿는 것처럼 '우리말은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이 많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다'라는 상식(?)이 여지없이 무너지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표현들을 실제 대화나 글에서 사용한다고 할 때 우리말과 영어 중 어느 쪽이 노란색의 '정도'나 '차이'를 더 뚜렷이 느끼게 하면서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한국인으로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공정한 심판이라면 역시 영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감이 오십니까?

보르헤스의 유명한 단편소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들이 나옵니다.
 
"<우르스프라헤(원초적 언어라는 뜻의 독일어)>에는 명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명사는 형용사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은 <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둡고 둥그런 위에 있는 허공의 밝은>, 또는 <하늘의-어륀지빛의-부드러운>, 또는 다른 집합의 방식으로 달을 말한다"


보르헤스는 인간의 모든 문화적 행위를 언어의 파생물이라 전제하고 특히 인류 문명사는 곧 명사 축적의 역사라는 시각을 견지합니다. 난학(蘭學, 네덜란드학)과 영학(英學, 영국학)을 공부했던 19세기 일본의 많은 계몽사상가들이 자신들의 문화권 내에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서양의 생소한 명사들과 그 개념을 수용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기에(예컨대 모리 아리노리는 society를 사회라는 신조어로 니시 아마네는 science를 과학이라는 신조어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걸 지금의 우리도 쓰고 있는 셈이죠) 본격적으로 명사 축적국의 대열에 합류하는데 성공하여 지금은 오히려 과거 자신들의 교사였던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을 압도하는 수준(예를 들자면 현재 우리가 흔히 쓰는 '환경호르몬'이라는 말도 일본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합니다)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명사'가 현대 문명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자 이쯤되면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영어가 우리말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냐?' 하고 속으로 되뇌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물론 이런 질문을 실제로 던졌던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지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현대 문명의 발전 경향을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는 우리말 명사의 숫자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명사를 꾸준히 만들어 내는 문화권으로부터 명사들을 끊임없이 수입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무엇일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이미 많은 분들이 반복해서 말씀하고 계시고 저 또한 이미 했던 얘기이지만 되풀이를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교육이 그야말로 백년지대계라는 본뜻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사들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인재들을 기르는데 온 힘을 다 쏟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명의 한 축인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함께 창의력, 창발력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전제된 상태에서 고도의 추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논리적 사고력에 대한 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걸 학교의 과목으로 풀어내면 예술, 인문, 국어, 수학, 과학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과 장려가 쏟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발, 영어가 아니라구요!!!(그렇다고 해서 명사들을 제대로 수입하는 일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족. 사실 제가 꼬집고 싶었던 부분은 대체 왜 이런 잘못된 상식이 끊임없이 공공연하게 재생산되는가 하는 문제였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또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생각에 칼을 못 대서 난삽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문체를 벗어나려고 무진장 애쓰는 중입니다. ^^; 원래 쓰려했던 내용을 잠깐만 소개하자면 그런 문제의 원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허세'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에 있다고 보고 그놈의 허세가 대체 무엇인가 한 번 써 보고 싶었죠.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자국에 조선을 알리면서 이구동성으로 했던 얘기가 바로 '조선인들은 허세부리기를 좋아하고 허례허식을 중시한다'였거든요. 생산적인 반성과 파괴적인 자학을 구분 못하는 오류에 대해서도 말할 거리가 있을 듯하고요. 그리고 문자 체계로서의 한글과 언어 체계로서의 한국어를 구분 못하는 분들이 가끔 보이시던데 왜 그런 분들이 자꾸 생기는지 단순히 교육의 문제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 누가 좀 써줬으면 좋겠어요.

덧붙임. 본문에서 우리말의 예는 '노랗다'라는 한 단어의 활용인 반면 영어의 예는 yellowish를 제외하고는 각자 다른 단어들인 명사형 표현들을 열거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글쓴이인 제가 첨가어인 우리말의 특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활용'의 의미를 너무 좁게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잘못입니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여 의사를 소통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문화와 역사가 담겨져 있습니다. 앞에서 인용했듯이 아예 문화는 언어의 파생물이라는 주장도 있지요. 언어의 우열을 비교하기 힘든 것은 바로 그런 탓입니다. 제가 본래 말하려고 했던 취지는 우리말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이 더 뛰어나다고 허세부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문자체계로서의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댓글로써 이 글의 잘못을 지적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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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 2008.02.03 21: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래간만에 수준높은 글들이 오간것 같읍니다....
그나저나 개념없는 인수위나 그 정책지지자들
어떻게 국어몰입교육 좀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의 시작이자 결정판같읍니다..
저런양반들이 지금까지 저 위에서 나라를 좌자우지했다 생각하면
이나라 이정도까지 발전한게 대단한것 같읍니다...
BlogIcon Libertas | 2008.02.03 23: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솔직히 걱정스럽지요. 그래도 저는 낙관하고 있습니다. 2050년이면 우리나라 GDP가 세계 2위가 될 거라는 외국(골드만 삭스)의 전망을 믿는 편이랍니다 ㅎ
GDP순위 2위.. | 2008.02.04 01:38 | PERMALINK | EDIT/DEL
그런 자료가 나왔습니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코 좋은 말이 아닙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에 1인당 소득이 증가하게 되어버린겁니다..

국가총생산은 지금이랑 비슷한 순위인데 인구가 줄어들어서 국민1인당 소득이 증가하고 그래서 GDP순위가 2위까지 올라가게 된겁니다.ㅡㅡ;;
원술랑 | 2008.02.03 21: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글이 우수합니다
BlogIcon Libertas | 2008.02.03 23: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맞습니다
누구일까 | 2008.02.03 22: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주인장님, 앞서 지적하신 분들의 얘기를 새겨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주장과 다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나 분명 님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크게 결여된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길게 지적하신 분들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노란색 얘기를 하는데 금색을 끌어들이면 이거 참 난처할 따름입니다.

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의미있는 지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읽어보고(댓글까지 자세히 다 봤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설득력 있는 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한글이 최고라는 교육에 길들여져 있는 분들께 의미있는 지적이 될 수는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쉽게 말해서 노란색과 금색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타당한 근거가 된다고 보시는지 전 정말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의미 있는 지적을 하신 것은 하신 거고, 타당한 반론이 있다면 받아들이실 줄 아는 것도 용기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반론 글에 댓글 단 부분들이 공감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보다 타당한 근거로 다시 한 번 글을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BlogIcon Libertas | 2008.02.03 23:3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설득력이 크게 결여된 부분이 어디지요? ^^; 그리고 글에 대한 반론이 있을 때는 트랙백을 사용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글 대 글로 정정당당하게 겨뤄야지요. 익명의 그늘 뒤에 숨어서 불평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답니다. 다만 위의 everything's님 처럼 성의있는 댓글이라면 얼마든지 환대하겠습니다만. 님 생각도 그렇지요?
딸꾹이 | 2008.02.03 23:42 | PERMALINK | EDIT/DEL
누구일까님 상당히 노리끼리하신 분이시네요...보다 타당한 근거로 댁이 한번 써보슈!!
wny | 2008.02.03 23: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러면 곤란 .
가브리엘 | 2008.02.04 00: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랗다 라는 말에 대한 건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셨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더 큰 부분에서 아주 위험한 발상을 하고 계시군요

명사의 수가 현대문명의 척도가 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명사의 수입이 원인이 되어 문명이 발전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명이 발달할 수록 많은 명사가 생겨나는 것이지
명사가 많아진다고 문명이 발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명사를 수입한다고 해서 문명이 발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죠
예로 드신 일본의 경우도 명사를 수입했다기보다는
문명을 수입하면서 부차적으로 그에 관련된 명사를 자국화한 겁니다
만약 그들이 명사를 수입했다면 현재 일본어에 샤카이,카가쿠라는 단어대신
소사이아치,사이안스 정도의 단어가 쓰였을 것입니다

즉 두 항목간의 인과관계를 거꾸로 생각하시고 글을 쓰시다보니
전혀 다른 방향의 글이 나오게 되버린 겁니다
일전에 네티즌 이라는 단어를 누리꾼 으로 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죠
이 단어가 문제가 됐던건 누리꾼 이라는 단어 자체에
얼마만큼의 사회적 동의가 있었느냐의 문제였지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려는 행위에 반대했던 건 아닙니다
네티즌 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쓰는 것은 명사의 수입이지만
그것을 누리꾼이든 다른 어떤 단어로든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은
Society를 社會(しゃかい)로, Science를 科學(かがく)로
바꾼것과 같은 겁니다

명사를 수입하면 문명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발전하면 명사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BlogIcon Libertas | 2008.02.04 00: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거꾸로 생각하지는 않았구요 전적으로 가브리엘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 부분을 읽으실 때 '주저함이 없었기에'라는 대목에 방점을 찍으시면 될 것 같네요. 표현이 마음에 안 드시면 '적극적이었기에'라고 고칠까요? ^^;
손님01 | 2008.02.04 00: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흠. 제가 보기엔 Libertas님의 예시가 크게 무리하다고 보여지진 않는데요. 적어도 흥미를 모으고 주제를 부각시키는데 별 무리 없는것 같아요. 요는 인식의 문제인것 같습니다요. 자꾸 한국어의 섬세함을 강조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건데, 한국어로 사유하는 것과 영어로 사유하는 것의 차이를 사전 상의 단순비교로 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어쩌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식의 한계에 부딪힌건지도 모르잖아요? 반대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곧죽어도 영어가 더 섬세하다고 인식할 수도 있겠죠. 아닌가? 하하 아니라면 Libertas님과 다른분들의 인식차이겠죠 뭐 하하하
BlogIcon Libertas | 2008.02.04 13:43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제가 좀 바본가봐요 ㅋ
BJ | 2008.02.04 00: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뭐 영어로 노랗다를 저런 비슷한 영단어로 할수있는데요... 그래도 미국에서는 그냥 무난하게 yellow로 통용합니다. xanthous, buff, chrome........... etc....etc.. 이런단어들은 왠만해선 잘 말하진 않죠... 문서상에서나 쓰는 용어들이기 때문에...
실제 스피킹에서는 yellow하나면 되기때문에 그렇게 생각 되는것일지도 모르구요.
암튼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BJ | 2008.02.04 00: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미수다에서도 누군가 그랬죠.....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영어권 사람이었는데... 한국어가 언어를 다양하게 표한할수있다고, 반면 영어는 라틴어에서 비롯된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죠.
白猫 | 2008.02.04 01: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윗분 이야기를 조금 보충해드리죠.

쥔장께서 ['싯누렇다'나 '노르스름하다'가 '노랗다'의 활용인 것은 아니잖아요?] 라고 답을 다셨는데 이건 우리말 체계를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간단히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쉽게 비교를 하자면 싯누렇다=싯(어두음이 울림소리이고 첫 음절의 모음이 ‘ㅓ, ㅜ’인 색채를 나타내는 형용사 앞에 붙어 매우 짙고 선명하게 라는 뜻)+누렇(노랗의 큰말-강한 표현)+다(기본형 종결어미 -다) 와 yellow=yellow+ish 이정도의 예로써 충분하다고 보여지네요. 쥔장께서 우리말 표현으로 예시하신 노랗다의 활용이 되는 첨가어의 경우 기본적인 노랗에서 모음의 변화로 강약이 조절되고 거기에 접두, 접미사가 추가되어 활용이 일어나는 형태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노르스름하다는 뭘까요? 노랗에서 ㅎ불규칙활용이라는 좀 어려운 법칙에 의해 ㅎ이 탈락되고 역시 모음의 변화에 의한 강약의 변화(작은말), 그리고 +스름하다(빛깔이 옅거나 그 비슷한 색을 띈다)의 어미가 붙은 형태입니다. 다시말해 노랗다의 활용의 예라는 겁니다.

만약 형평성을 맞추고 싶으시다면 우리말 표현에 옥수수빛, 금빛 등등의 명사형 낱말을 추가하시거나, 영어에서 명사적표현을 없애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BlogIcon Libertas | 2008.02.04 13:4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아하, 이제 의문이 풀렸습니다. 저는 사실 '활용'을 단순히 '어미(선어말어미, 어말어미)의 활용'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조금 찾아보니 접두사, 접미사가 붙는 경우 뿐만 아니라 어간의 형태가 완전히 변할 때도 활용이라고 하더군요.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 부분은 덧붙임을 통해 고치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추천 | 2008.02.04 01: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개념글과 개념댓글에 추천한방 쏩니다..
출처 밝히고 고히 모셔가도 되지요? ^^
sdju | 2008.02.04 03: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냥 딴거 다 버로우 때리고 잉글란드어와 한국어의 어휘 수 비교해 보세요. 그럼 끝남. 어휘 수 많다고 우수한 언어는 절대 아니지만 잉글란드어가 뭐 우리말보다 표현력이 부족하다느니 하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죠. 글쓴 분이 지적하신 신어생성능력 역시 우리 말 (한국어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 문화, 과학등의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탓이지만)의 문제죠.
sdju | 2008.02.04 03: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니혼진론, 우리말로는 일본인론이죠. 이 니혼진론의 담론이 우리가 보통 한국이 대단하다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거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한국어는 표현력이 뛰어나다... 발음이 뛰어나다... 이런 얘기들 살아오시면서 많이 들으셨을겁니다. 그런데 이 담론들이 니혼진론과 정말 섬뜩하게도 닮았습니다. 일본 개화기의 민족주의의 한 갈래인 니혼진론이 식민지배를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며 일본이라는 껍데기만 한국으로 바꿔 명맥을 이어 온 것이라고 봅니다.
BlogIcon Libertas | 2008.02.04 13:4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섬뜩한 얘기네요.
sdju | 2008.02.04 03: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언어와 문자, 그리고 말의 개념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 볼때마다 참 답답합니다.그런데 이건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입니다. 저도 그게 뭐 별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한국어에 욕이 많다. 세종대왕 만세"라니, 말 다 했죠. ㅠ.ㅠ
부어부어 | 2008.02.04 18: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많은 분들의 덧글을 통해 생산적인 포스팅이 되어 다행입니다. 작성자님 또

한 즐거우실것 같네요...!
BlogIcon Libertas | 2008.02.05 01: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저도 많이 배웠네요. 이게 바로 블로그 하는 맛인가봐요. ^^
BlogIcon 博而不精 | 2008.02.05 00:2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문자 언어인 한글과 음성 언어인 한국어를 혼동하는 이유는 이 둘을 '한국말'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글은 우수하다'라는 말을 '한국말은 우수하다'라고 확장해서 인식하고 그걸 다시 '한국어는 우수하다'라는 식으로 재생산하는 거죠.

아참, 글 중간에 약간 틀린 게 있는데 사회라는 말을 society의 번역어로 '사회'라고 처음 쓴 사람은 모리 아리노리입니다. 과학이라는 말은 니시 아마네가 처음 썼고요.
BlogIcon Libertas | 2008.02.05 01:28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저도 사실 확실치가 않아서 그냥 계몽사상가들이라고만 쓰려다가 대표적인 인물인 후쿠자와 유키치를 대충 쓴 건데 역시나 틀렸군요. ㅎㅎ 어디가면 그런 내용을 볼 수 있죠?
BlogIcon 博而不精 | 2008.02.05 13: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사실 저도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다가 확실하게 알겸 찾아봤어요. 링크는 일본 사이트입니다. ^^;

사회
http://homepage2.nifty.com/01241104/starthp/subpage17.html

과학(끝쪽에 日本語における「科学」)
http://ja.wikipedia.org/wiki/%E7%A7%91%E5%AD%A6

설 잘 쇠세요~ ^^
BlogIcon 허자비 | 2008.02.06 00: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하, 이제 의문이 풀렸습니다. 저는 사실 '활용'을 단순히 '어미(선어말어미, 어말어미)의 활용'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조금 찾아보니 접두사, 접미사가 붙는 경우 뿐만 아니라 어간의 형태가 완전히 변할 때도 활용이라고 하더군요.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 부분은 덧붙임을 통해 고치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다니,

---> 글 쓰신 분, 자꾸 이러시면 댓글 다는 사람 난감합니다.

'접두사 접미사'는 파생어랍니다. 쉽게 말하면 합성어 비슷(접사와 실질형태소의 결합)한 거죠! 활용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간의 형태가 완전히 변하는 활용을 어디서 찾으셨는지......?

실컷 댓글을 달아 드려도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BlogIcon 허자비 | 2008.02.06 01: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영어의 형용사는 우리말의 관형사(관형어)로 보면 됩니다.

영어에서는 형용사가 바로 서술어가 되는 구조가 아니며,
영어에서 형용사는 동사의 도움을 받아야 서술어가 되지 않습니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지라도......)

The Blue Sky ---> 푸른 하늘
형용사 관형어(관형사 기능)

The Sky is blue ---> 하늘이 푸르다
동사(서술어) + 형용사 형용사(서술어)

당연히 한국어의 특징상(형용사가 서술어의 기능을 하고, 동사와 형용사가 활용을 한다는) 대상에 대한 표현이 섬세할 수밖에 없죠!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노랗다, 노르스름하다, 노리끼리하다, 샛노랗다.
누렇다, 누르스름하다, 누리끼리하다, 싯누렇다.

이거 활용 아닙니다. 다 다른 단어입니다.

그러나, 모두 노란색을 의미하는 동계열의 낱말이죠(금색의 황색의 이런 것과는 다른) 다만, 형태를 조금만 바꿔서 의미를 제한하기 위해서 노랗다에서 나온 낱말들인 거죠! 노란색인데 어둡다던가 분명하지 않다던가.

그리고, 활용이라는 것은 이런 겁니다.
노랗~ ---> 노랗고, 노랗지, 노랗기(는)......


영어(말로서의)보다 한국어가 더 우수하다? 님이 지적한 대로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그러나, 각 언어마다 장단점이 있답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말이 영어보다 의미전달을 섬세하게 한답니다.
BlogIcon Libertas | 2008.02.07 21:0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저도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곡용에 대립되는 개념인 활용의 범주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넓더군요. '활용'을 검색어로 네이버 백과사전의 풀이를 찾아 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 2008.02.11 15: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요조 | 2008.10.14 15: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과 댓글 모두 너무 잘 봤습니다. 형용사에 대해 알아보다가 보게 되었는데 댓글까지 다 보고 가네요 ^^
coba | 2009.05.02 06: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며 저도 관심있어하는 부분인데요.
한글 창제의 원리에서 자음은 사람의 발성기관을 본따 그 형태와 발음을 만들었고
모음은 천(하늘), 지(땅), 인(사람) 으로 구성되는 동양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주역의 괘와 같이(태극기의 건곤감리도 괘의 일종이죠)획이 하나씩 증가되고 합쳐짐에 따라 체계적으로 음을 나타내고 있죠.
그런데 특이한것이 이 모음인것 같습니다. 위에 어느분이 한글의 아날로그적 특성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ㅏㅑㅒㅖㅕㅓ ㅛㅗㅡㅜㅠ ㅞ ㅟ ㅢ ㅚ ㅙ 저는 디자인 전공이라 언어학은 부족하고 글꼴로써 접근하고 있는데요 동양의 세계관인 주역의 괘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것은 순차적인 정도를 조절하는 모양새가 되는듯 합니다. 그것이 입모양이 변해가며 나는 소리를 단계적으로 표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자음과 결합을 통해서 다양한 어감의 표현이 가능해지지요
한국어의 특징인지 한글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어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의 모든감각을 다양한 어감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것은 바로 한글(중에서도 모음의 개념)이 가지고있는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글이 한국어의 특징을 더욱 더 살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란색에서 파생되는 싯누렇다 샛노랗다 누렇다 누르스름하다.. 등등의 어휘는 바로 한글의 모음의 체계, 또 그것이 자음과 결합되면서 조직되어 생기는 창의적인 어휘들로 그 어휘의 의미적 차이는 구분하기 애매하지만 발음하면서 생기는 촉각적인 '어감'의 차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글은 사람의 발음기관을 기반으로(자음) 다양한 음의 크기를 표현할 수 있는(모음) 말하자면 사람에게 있어서 맞춤양복과도 같은 문자입니다. 다만 한국어의 개념어 기반이 한자로 구성되어있고 근대에 들어서는 영어와 일본식 한자에 기반하고있는 현실 때문에.. 한글이 단지 영어표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평가되고 있지요.. ㅜㅜ

공부하면서 들러갑니다. 한글의 개념적 특징이 곧 한글의 우수함, 한국어의 우수함이라고는 보기 어렵죠 저는 단지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수하다는것은 곧 비교대상과의 평가를 의미하기 때문인데 언어나 글자를 비교한다는것 자체가 주인장 말씀대로 딱 들어맞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노랗다, 샛노랗다 싯누렇다 등에서 나타나는 한글의 특성은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가 내포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음함으로써 생기는 촉각적인 어감의 변화, 또 그로인해 인간 사유의 기반이 좀더 폭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ㅎㅎ

좋은글 좋은 생각 많이 얻고 갑니다~ ^^
BlogIcon Libertas | 2009.05.02 21:0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댓글 감사합니다 ^^ 한국어와 한글은 구분해야 되지 않을까요. 언어체계인 한국어를 다른 언어와 비교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가장 최근에 발명/ 고안된 문자체계인 한글이 우수하다는 주장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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