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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12. 04:14
블로거뉴스에 올라와 있는 "두잉베스트 그 말 뜻을 아무도 이해 못했습니까?"라는 글을 읽고 술기운을 빌려 몇 자 적어 본다. 우선 2MB 당선인께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직접 소개하시면서 말씀하신 'doing best'라는 표현에 대해서 어색한 표현이네 엉터리 문법이네 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윗글의 내용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대답을 하고 싶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배운 사람치고 말하는 이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한 이도 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윗글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2MB 당선인의 저런 언행에 대해서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과연 단순히 말꼬투리를 잡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도 나름대로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영어를 섞어쓰지 않으려고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우선 대화의 상대방이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실례일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재차 설명해야하는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령 영어에 능숙한 사람과 얘기를 할 때라도 평소에 영어를 그다지 쓸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우리말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을 영어로 말했을 때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해 천박한 과시욕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면 대화의 분위기 자체를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우리말보다는 영어가 더 이해하기 편한 외국인이라든가 교포 2세라든가 하는 경우라면 부담없이 영어를 사용한다. 솔직히 오늘도 술자리에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의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이런 단어들은 마땅한 우리말 순화어를 떠올릴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예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런 단어를 쓰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도 했다.

다시 원래 2MB 당선인의 발언으로 되돌아가 보자. 모 언론에서는 기사를 내면서 'doing best'를 'doing their best'라고 친절히 교정까지 해주었다는데 이건 정말 anti-2MB스러운 짓이 아닐 수 없다. 특정 학연과 특정 지역에 대한 2MB 정권의 '몰입'까지도 '실용주의'와 잘 어울린다며 지난 정권에 대한 언론의 '코드인사 난리 부르스'를 떠올리며 뭔가 미심쩍어 하는 국민들을 대신 나서서 잘 다독거려 주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뭐하러 책잡힐만한 교정을 해주느냔 말이다. '경제적인 영어(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를 구사하는 '실용주의'라고 하면 될 것 아니겠는가? 아니 차라리 교정이 아니라 2MB 정권의 '실용주의'를 앞장서 받들고자 하는 언론의 사명에 발맞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쉬운 우리말로 옮겨주면 그만이다. 그 뜻을 이해하면 됐지, 표현이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doing best'가 어색한 표현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는 'doing best'도 그다지 틀리거나 어색한 표현이 아니라고, 단어 하나 빠진 게 뭐 대수냐고 얼마든지 아량을 베풀 수 있다. 이런 아량은 대번에 그 표현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만은 있다. 2MB 당선인이 저런 '실용 영어'를 대체 어떤 상황에서 구사했는가에 대한 불만이다.

가령 '오렌지'를 '오륀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프렌들리'를 '후렌들리'라고 부르지 못하여 가슴에 한이 맺힌 듯한 이경숙 위원장이나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내정자와 사사로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저런 표현을 썼다면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말이 어색해도 이심전심으로 서로 뜻이 절로 통할 것이니 상상만 해도 얼마나 정겨운 광경인가! 하지만 2MB 당선인께서 'best of best', 'doing best'라는 'Survival English'를 구사한 곳은 언론을 통해 비서관 내정자들을 국민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자리였다. 즉 2MB 당선인의 말을 직접 듣는 사람들은 유식한 기자들이었지만 그 뜻이 궁극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대상은 국민들이었다는 말이다. 물론 위에 인용한 블로거뉴스 제목대로 '진짜 아무도 이해 못했습니까?'라고 자신있게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그런 것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한 번 물어보자.
 
'그런 걸 이해 못하면 국민도 아닙니까?'
 
'자식들 위해 촌에서 농사나 짓고 새벽같이 바다에 나가 고기나 잡느라 제대로 학교도 못 다니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통령 당선인께서 쉽게 얘기를 해주시면 안되는 겁니까?'

저렇게 얘기를 하면 일단 화부터 나겠지만 조금 더 냉정해지자. 많은 언론 기자들이 모인 공개석상(on the record)에서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굳이 영어를 쓴 것은 이경숙씨와 이주호씨에 대한 2MB 당선인만의 신뢰의 표현이였으리라.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자신의 불도저식 의지를 나타내고자 함이리라. 이게 바로 CEO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민 길들이기 방식이리라. 어떻게든 공천을 받거나 한자리씩 해보겠다는 기자들이 길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언론에서 꽹과리만 좀 울려주면 그만이리라.

작년 프랑스에서는 '사르코, 어메리칸(미국인 사르코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친미주의적 성향이 매우 노골적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되어 부시 대통령의 사저인 텍사스의 크로포드 목장으로 초대를 받았었다. 과거 부시 정권의 맹방인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크로포드 목장에 초대를 받았을 때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초대를 받지 못한 것을 견주어 한미관계에 적신호가 울렸다는 정신나간 언론 보도가 있었을 만큼 이 크로포드 목장 초대는 부시 정권에 대한 우방국의 충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이용된다. '미국인 사르코지'라는 별명에서 이미 감을 잡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영어에 대단히 능통하여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사적인 비공개 대화(off the record)에서는 영어로 그 친교를 다지는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머지 않아 부시 대통령에게 초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MB 당선인께 나는 권고한다. 2MB님의 그 영어, 제발 크로포드 목장에나 가서 쓰시라고 말이다!

(이미지 설명 : 크로포드 목장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 I will doing best."라는 말을 건네며 파안대소하는 2MB 대통령, 이미지는 알아서 그냥 상상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