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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3. 02:58

화가인 친구와 함께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같이 화실로 간 적이 있다. 내게 자기 화실도 구경시켜줄 겸 그림을 하나 주고 싶다는 것이다. 10호 짜리든 100호 짜리든 아무 거나 마음에 드는 걸 골라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고 네 그림에선 그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다고 얘기했다. 술에 취해 눈이 삐었는지는 몰라도 진심이었다. 그 날 이후 난 절교를 당했다.

오후에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비가 오니 술 생각이 나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1차가 끝나고 2차로 자리를 옮겨 취기가 오르자 난 선배에게 평소에 마음속에 두고 있던 말을 했다, 당신은 우울증 환자라고. 그것도 둘 만의 자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던 자리에서 서슴없이 툭 까놓고 뇌까렸다. 옆자리에서 듣고 있던 다른 이는 나보고 멋있다며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전화기에 선배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있길래 전화했더니 자긴 우울증 환자가 아니라며 잘 살라고 한다. 또 절교를 당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지방에서 의사 노릇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놈은 자기가 응급실 당직 서는 날이거나 술에 취하면 오밤중이나 새벽에도 마구잡이로 전화를 하는 놈이다. 주로 정치판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도 시종일관 이명박 씹는 얘기로 끝낼 기세길래 한마디 툭 던졌다. "그래, 그래 좋다. 그럼 넌 다음 대선 때 누가 대통령 됐으면 좋겠니?" 그랬더니 손학규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보기를 줄테니 그 중에서 골라봐라.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김두관" "어, 그럼 난 문재인" "어 그래, 그런데 왜 문재인이냐"라고 되물었더니 "아니 그냥 김두관 할래"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넌 그냥 시골에서 의사나 계속 해라. 이 새끼야 넌 그딴 식으로 아무 고민도 없이 사는 주제에 뭔 정치에 관심이냐?" 하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놈이길래 이번에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해 보라는 권유까지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전화로 한참 설교를 하다가 끊고 난 후 생각했다. 난 절교를 부르는 인간인가? 매를 부르는 인간이라는 얘기는 몇 번 들었지만 절교를 부르는 인간이라니...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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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님과 저녁을 같이했다. 박창근 교수님은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문제에 대해 토목 전문가로써 초지일관 문제제기를 하셨던 분이다. 어제 처음 만났지만 평소 TV 뉴스를 통해 낯이 많이 익었던 터라 편한 마음으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뉴스나 신문지상에서 들을 수 없던 뒷얘기를 살짝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토건 세력의 부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술이 한 잔 들어간 상태에서 말씀하시기를 자기에게 칼자루만 쥐어 주면 부패한 토목 관련 공무원들과 시대착오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토건 세력을 대상으로 칼춤을 추겠노라 하시더라. 거기에 보태 4대강 사업에 강하게 반대하는 교수님을 해꼬지 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먼지를 탈탈 털 수 있을 정도로 뒷조사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본인은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듣는 입장에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강바닥에 수십 조원을 꼴아박고도 오히려 재앙의 씨앗만 뿌린 이명박과 이상득 이 정신나간 두 형제가 나라를 망쳐도 단단히 망쳐놓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이 미친 두 놈들에게 우리같은 보통 사람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관념을 구체화시키는 힘이 부족한 내게 도우미를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내게는 그가 도우미지만 그에게는 내가 도우미일 수도 있다. 그와의 술자리에서 밤새도록 무용담을 들으며 울고 웃었다. 모두 뉴스에서는 들을 수 없던 숨겨진 비화나 뒷얘기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냥 촌놈들을 보면 마음이 편한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원래는 촌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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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후끈후끈하네...오랜만에 술 먹다가 토했다. 평소 주량의 반의 반도 못 미치는 양을 마셨지만 공복에 급하게 먹은 게 화근이었나 보다. 홍대입구역에 있는 월향이라는 유기농(?) 막걸리집에서 오징어 순대에 청주와 막걸리를 마셨는데 역시 나는 소주 체질인가. 한참을 게워내고 나서야 술이 좀 깼다. 첨부터 술자리에 있던 선배들보다 훨씬 늦은 시각에 합류한 터라 분위기를 맞추려고 급히 과하게 마셨던 게 화를 불렀던 셈이다. 그래도 이야기만큼은 오랜만에 웃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신나게 했다. 다들 마음씨가 넉넉한 선배님들이라 다행이다.

'호문자유 자용자소', 춘추에 나오는 말이란다. '好問者裕 自用者小', 직접 써준 분의 설명을 듣고서야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적절한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택시를 타고 집에 왔는데 40대 초반이라는 택시 기사님에게 엊그제 쓴 X 세대 이야기를 하니 적극적으로 공감을 한다. 아는 주변 사람은 모두 내가 비슷한 얘기를 꺼냈을 때 공감을 해줬지만 생전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이 공감해주니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그저 취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맞장구를 쳐준 것일 수도 있지만 자기가 오히려 열변을 토하는 모양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실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가 많은데 택시 기사님과 얘기가 잘 통하는 경우가 잦아 집 앞에서 택시를 세워놓고 한참을 떠드는 경우가 흔하다. 영업 끝나고 술 한 잔 하자는 분들도 가끔 있을 정도다.

선배 중 한 사람이 내가 쓴 X 세대 이야기를 포워딩하고 싶다고 했다. 검증을 받아보자는 뜻이다. 나는 당치 않은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잘난 선배들 중 누군가는 행간을 읽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특히 며칠 전 같이 술을 먹었던 이모 교수처럼 꼼꼼한 분이라면 좋은 말씀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글을 쓸 때마다 점점 한계를 느낀다. 10장은 족히 써야 읽을 만한 얘기를 한 장 정도로 압축해 쓰다 보니 애매모호하고 난삽한 글이 되는 것이다. 사례도 들면서 설명을 훨씬 길고 자세하게 덧붙이면 좋은 글이 될 텐데 길게 쓰자니 피곤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건 읽는 사람들이 알아서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제임스 프레이저나 죠셉 캠벨, 시오노 나나미 같이 신화와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의 책을 보면 얼마나 재미있고 폐부를 찌르는 사례들이 많은가. 내가 좋아하는 토씨님처럼 간단명료하게 글을 쓰는 것도 많이 생각해봤지만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내겐 역시 생각할 꺼리가 없는 글은 재미가 없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적절한 비유 같지는 않지만 박진영의 공기밥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뭔가 읽는 이를 위한 자리가 비어있지 않으면 성이 안 찬다고나 할까.

헤헤...제대로 글을 쓰려면 나는 미치거나 폭삭 늙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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