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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28. 21:19

'사람들은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가?'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이다. 그의 최신작 '만들어진 신' 323페이지에는 2005년 5월 그에게 배달된 한 영국 의사의 편지가 실려 있다.

'왜 우리 모두는 자살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당신의 세계관은 학생들은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가 무에서 맹목적 우연을 통해 진화했고 다시 무로 돌아간다고 말함으로써 그런 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설령 종교가 참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가 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플라톤의 말마따나 고귀한 신화를 믿는 편이 더, 훨씬 더 낫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세계관은 불안, 마약 중독, 폭력, 허무주의, 쾌락주의, 프랑켄슈타인 과학, 지상의 지옥, 제3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집니다.....나는 당신이 대인 관계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궁금합니다. 이혼했나요? 홀아비인가요? 게이인가요? 당신 같은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합니다. 아니, 행복도, 그 무엇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증명하기 위해 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요.'

리처드 도킨스는 이 편지에 담긴 감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형적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윈주의를 통해, 또는 과학을 통해 자신이 설파하는 내용은 결코 허무주의적 염세주의나 부정성이 아니며 또 위의 편지에서처럼 그 직접적인 결과로 모든 악이 뒤따르는 것도 당연히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저서 '풀리는 무지개(Unweaving the Rainbow)'의 서문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항의를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나의 첫 책(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을 출간했던 외국의 한 발행인은 그 책에 담긴 차갑고 황량한 메시지에 사로잡힌 탓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3일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어떤 이들은 (인간이란 단지 일련의 분자들이 복제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잔인하고도 냉혹한 한 줄의 문장으로 인생의 의미를 요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참고 견디며 매일 아침마다 일어날 수 있는지 묻곤 한다.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나라의 어떤 선생님은 나무라는 듯한 어조의 편지를 내게 보내와 자신의 학생 하나가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후 눈물을 흘리며 그 책 때문에 자기 인생이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말하기에 똑같은 허무주의적 염세주의가 다른 학생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친구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말도록 충고를 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감상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생의 의미에 대한 달콤한 거짓이나 환상을 깨뜨리는 일이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에 있어서는 아마도 어떤 특정한 목적이나 의미가 없을테지만 그게 바로 인생 또한 무의미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즉, 인간은 누구나 개인적인 소망과 욕구를 갖기 마련이고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라면 우주의 탄생 목적과 의미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인생을 부정적인 허무주의로 허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또 과학이 인생의 온기와 시적인 감수성을 앗아가 버렸다는 비난에 대해서 도킨스는 과학을 통해 우주에 대한 감탄과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히 그런 불씨를 지필 수 있다면서 故 칼 세이건(Carl Sagan)을 좋은 사례로 들고 있다.

2007. 12. 23. 23:54
조금 전 YTN 8시 뉴스를 보는데 처음 보는 얼굴의 앵커가 정장에 터틀넥 스웨터를 받쳐입은 노타이 차림에 최소한 하루 전에 면도를 한 듯 코밑이 거뭇거뭇한 채로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YTN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드레스 셔츠 차림으로 뉴스를 진행해서 불만이라는 2년 전 의견이 하나 보일 뿐 나처럼 신기하게 생각했던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복장도 복장이지만 YTN을 자주 보는 편인데도 낯선 얼굴이라서 더욱 눈길이 갔는데 표정에서 살짝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때도 있었지만 진행 자체는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었다.

차라리 드레스 셔츠 차림(비록 지금 계절에 어울리진 않지만)이었다면 뭔가 의도된 연출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옷차림보다는 전혀 메이크업이 안된 상태로 뉴스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매우 의아하게 느껴졌다. 사실 노타이에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뉴스 앵커도 생전 처음 봤다! 어쨌든 메이크업을 했는데도 그런 얼굴이라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정확한 발음과 진행만 이뤄진다면 외양쯤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뭔가 역시 이상한데? 사진도 함께 올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사진을 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그냥 말로만 몇 줄 적고 만다.

2007. 12. 23. 19:47

#1 찻주전자 불가지론(Teapot Agnosticism)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신의 존재 문제가 원칙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이라는 불가지론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신의 존재에 대한 논란에서 거증책임은 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는 설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버트런드 러셀의 찻주전자 우화를 예로 든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수용된 독단적 견해는 독단론자들이 아닌 회의론자들이 반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가 하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찻주전자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는 단서를 신중하게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주장이 반증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대한 용납하기 어려운 억측이라고까지 내가 말한다면 그것 헛소리로 여겨져야 옳다. 하지만 그런 찻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옛 서적에 명확히 나와 있고, 일요일마다 그를 신성한 진리라고 가르치며, 학교에서도 그를 아이들의 정신에 주입시킨다면, 그 존재를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은 괴짜라는 표시가 될 것이고, 이를 의심하는 자는 계몽시대의 정신과의사나 그 이전의 종교 재판관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p.83)'

이어서 그는 "우리는 그런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찻주전자를 숭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이지만 실제로는 말레이시아에 집채만한 찻주전자를 만들어 신성시하는 종파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고 고백한다.

#2 화물 숭배 의식(Cargo Cult)

종교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시작되며 또 어떤 방식과 어떤 속도로 '진화(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사례로서 리처드 도킨스가 인용하고 있는 흥미로운 문화현상이다. 먼저 그는 어떻게 해서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여러 섬들에서 화물 숭배 의식이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단히 설명한다.

'19세기에 시작된 숭배 의식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출현한 더 유명한 의식(바누아투 탄나섬의 'John Frum' 숭배를 지칭)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물 숭배 의식들은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모든 사례에서 섬 주민들은 관리, 병사, 선교사를 비롯하여 자신들의 섬으로 이주한 백인들의 불가사의한 물건들을 보고 깜짝 놀란 듯하다. 섬 주민들은 경이로운 물건들을 쓰는 백인들이 결코 그것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리가 필요하면 백인들은 물건을 멀리 보냈고, 배나 나중에는 비행기의 '화물'로 새 물건들이 계속 도착했다. 백인들은 물건을 만들거나 수선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고, 유용성이 있어 보이는 행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따라서 화물은 초자연적인 기원을 지닌 것이 분명했다. 그 점을 확인해주려는 듯, 백인들은 종교 의식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특정한 행동들을 했다.(p.309)'

이어 화물 숭배 의식에 관한 그의 주요 참고 문헌인 데이비드 아텐버로(David Attenborough)의 '낙원탐구(Quest in Paradise)'에서 한 단락을 인용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누아투의 존 프럼의 날 행진

'그들(백인들)은 높다란 기둥을 세우고 전선을 매달았다. 그들은 불빛을 반짝이며 신기한 잡음과 억눌린 목소리를 흘려보내는 작은 상자들 앞에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동네 주민들에게 똑같은 옷을 입고 위아래로 행진하라고 시켰다. 그보다 더 쓸모없는 짓은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원주민들은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백인들이 신에게 화물을 보내달라고 올리는 의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원주민도 화물을 원한다면,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분명했다.(p.309)'

바누아투의 탄나섬에서는 아직까지도 'John Frum'이라는 구세주가 풍족한 화물을 가지고 재림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매년 2월 15일 종교 의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3 지적 사기(Intellectual Imposture)

우리나라에 소개된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들 중에서는 '만들어진 신'에서만 등장하는, 책의 주제와 그다지 큰 관련이 없는 문장인데 이 문장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앨런 소칼(Alan Sokal, 뉴욕대학 물리학과 교수이자 The Sokal's Hoax의 장본인)과 매우 흡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후기 구조주의 운동에 관한 문헌들 중에서 몹시 필요한 틈새를 채우는) 책이라고 적혀 있다. 이 말에 들어맞는 명백히 불필요해 보이는 책이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같은, 고급 사기를 치는 프랑스 문예 운동의 거장들의 책이라니, 딱 어울리는 듯하다.(p.530)'

이 말은 역사적으로 종교가 설명, 훈계, 위로, 영감의 네 가지 순기능을 통해 인류의 '(신이 만든) 몹시 필요한 틈새'를 채워왔다는 주장에 대해 종교가 없어지더라도 예술, 과학, 인본주의 등 충분히 그 틈새는 메워질 수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 '몹시 필요한 틈새를 채운다(fills a great niche)'라는 영어의 관용적인 표현에 대해 언급을 하다가 나온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