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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29. 03:16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한니발이 일본도로 마을의 도살업자(butcher)의 목을 자르는 장면부터 보게 됐다. 처음에는 무슨 영환지 모르고 보다가 한니발 렉터라는 이름을 듣고 나서야 '아, 양들의 침묵에서 나온 그 한니발 렉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니발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과거의 뿌리를 찾아 되짚어낸 이 영화는 처음부터 보지 않았다는 핑계로 한참 동안 잠자코 스토리 진행을 따라가기만 하였더니 어느덧 이런 한 문장으로 압축되고 있었다.
 
'한니발은 전쟁의 광기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전쟁을 통해 인간의 흉포함과 추악함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고 또 그 충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는 있는 문장이다. 그렇지만 전쟁 중에 일어난 모든 악행의 근원을 '전쟁' 그 자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영화에서 엿보이는 오류 중의 하나다.

전쟁이든 어떤 특정한 개인의 경험이든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의 정신적 충격만으로 치밀한 계획에 따른 연속 살인을 벌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실제로 매우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한다면 그 충격만으로도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자해라든가 우발적 범행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한니발 렉터처럼 잘 맞게 짜여진 퍼즐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적 고뇌와 그에 따른 결단 또는 절망이나 포기가 필요함에도 이 영화는 마치 모든 등장인물이 피해자이고 전쟁이 가해자인 것처럼, 전쟁 탓에 모두 미쳐서 어쩔 수 없었다 라는 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전쟁도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일어나고 얼마든지 적응해나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즉,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전쟁에 적응한 자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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