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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 2. 27. 13:07
[]
毒이 발효하면 藥이 되는가?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되지 못했고 슬픔도 증오도 부러움도 탄식도 아니면서 동시에 슬픔이자 증오이자 부러움이자 탄식인 저 복잡하고 뒤엉킨 총체적인 혼란을 벗어나는 유일했던 길은 독기어린 시를 쓰는 것, 시를 통해 독을 뿜어대는 것, 다른 말로 하면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너무 퇴행적이다. 나는 충분히 발효가 됐거든.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에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毒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 최승자 : 시집 '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중에서

2008. 1. 2. 00:50
[]

시를 읽을 때면 늘 나는 시인이 된다. 시를 쓰기 위해 싯귀를 떠올리고 있을 당시의 시인의 눈에 비친 정경,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온갖 상념들을 떠올리며 공감하려고 애쓴다. 내가 시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곤 이것밖에 없다.

'머나먼 다리 위에 매달린 채 음산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달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에 아련한 현기증을 느낀다. 추억속의 연인과 벌였던 모든 행위가 남긴 것은 오직 절망뿐. 차라리 꿈이였다면. 아득한 기억들이 눈물을 짜내려는 듯 목을 조른다. 그도 나처럼 외롭고 고독하겠지? 그도 나처럼 절망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억울해. 아냐, 이건 너무 유치한가? 아,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면 이 원망섞인 절망도 차츰 사그러들까?'


흥, 이건 아직 어린 최승자군. 가녀린 달빛에서조차 따스함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속이고 있어.

추억이 컹컹 짖는다
머나먼 다리 위
타오르는 달의 용광로 속에서
영원히 폐쇄당한 너의 안구,
물 흐르는 망막 뒤에서
목졸린 추억이 신음한다

그 눈 못 감은 꿈
눈 안 떠지는 생시

너희들 문간에는 언제나
외로움의 불침번이 서 있고
고독한 시간의 아가리 안에서
너희는 다만
절망하기 위하여 밥을 먹고
절망하기 위하여 성교한다.

- 최승자 : 시집 '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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