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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2. 20:01
강타선을 보유한 난적으로 평가되던 베네주엘라를 상대로 낙승을 거둔 한국팀이 가져다준 기쁨과 감동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나 많은 블로거들이 글을 쏟아내고 있으니 나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해봐야 겠다. 평범한 야구팬으로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소스만 가지고 하는 얘기이니 별로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1. WBC, World Baseball Classic의 지향점

WBC가 고안된 가장 큰 이유는 MLB 사무국에서 밝혔듯이 '야구의 세계화(globalization)'를 위해서이다. MLB는 그 중에서도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작년만 해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공식 개막전이 도쿄에서 열리는 등 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MLB에서 물심양면으로 중국 야구리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도 모두 그런 계획의 일환이라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야구의 세계화를 통해 WBC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FIFA 월드컵[각주:1]과 동일한 위상을 갖는 대회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국내 시장과 한국, 일본, 대만, 주변 중남미 시장만으로 만족하던 MLB에서 야구의 세계화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는 프리미어 리그 등 유럽 축구의 성공적인 중국 진출에 고무된 탓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지만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릴 수 있는 프로 스포츠가 이제 겨우 싹트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 시장을 축구가 장악하려고 하는 현실을 손놓고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구상 단계에서 출발했던 WBC의 출범이 근래 미국의 프로 스포츠 유대자본과 영국 내 스포츠 유대자본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구체화되고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교훈이라고 짐작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2. WBC와 미국인들

위에서 밝힌 '야구의 세계화'는 현 메이저리그 사무국 총재인 버드 셀릭(Bud Selig)이 주도적으로 추구하는 원대한 야망으로서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때는 세계 야구의 변방 정도로만 치부되다가 어느덧 파트너의 대접을 받게 된 한국과 일본만 해도 열광적으로 WBC에 몰입하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MLB 사무국의 궁극적 목표인 대륙의 중국인들을 성공적으로 자극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중국에 대한 테스터 마켓으로서의 한국의 가치, 즉 한국에서 통하는 것은 웬만해서는 거의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은 이제 미국에서도 통념(특히 유대 자본가들이 한국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에 가까운 만큼 그들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내에서의 WBC에 대한 시큰둥한 반응이다. 얼마 전 앞선 포스트에서 미국 내 네티즌들의 반응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 사실 WBC에 대한 미국 야구팬들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다(거기서 소개한 댓글들도 필자가 직접 일종의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이끌어 낸 것들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전국민적인 엄청난 관심에 비하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스포츠 자본가들이 큰 꿈을 꾸고 있는데 반해 야구에 있어서 만큼은 워낙 자기 중심적인(MLB-centered) 미국의 일반 대중은 그 꿈에 별로 부응해주지 않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물론 미국의 많은 야구팬들이 이제 갓 2회를 맞이한 WBC 대회를 시즌 개막전 훈련 시즌 막바지에 열리는 이벤트성 대회로만 치부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MLB 선수들과 충분히 어깨를 겨룰 만한 선수들이 있을 거라 그다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또 MLB와 경쟁할 만한 리그도 없다고 여기고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MLB 집행부의 전체적인 그림에는 동의하면서도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이익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MLB 구단들의 소극적인 태도나 이미 가장 큰 리그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고 있는 탓에 경제적으로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일부 MLB 선수들도 한몫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미국과 미국의 위성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야구팬들은 국가대항전이란 개념 자체에 대해 생뚱맞다는 생각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예컨대 1회 대회 때 미국에서 나고 자란 강타자 마이크 피아자가 이탈리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뛴다는 소식에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반응과 함께 한 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일이라는 평이 나왔던 것이나 이번 대회에서도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 가운데에는 일본과 미국이 맞붙었을 때 현재 보스턴 소속인 마쓰자카가 던진다면 레드삭스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미국팀보다는 오히려 일본을 응원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도 우리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1. 세계 아마 야구 협회(IBAF)에서 기존의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를 야구 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개최하고 있다. 따라서 야구 월드컵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전혀 다른 대회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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