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찻주전자 불가지론(Teapot Agnosticism)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신의 존재 문제가 원칙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이라는 불가지론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신의 존재에 대한 논란에서 거증책임은 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는 설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버트런드 러셀의 찻주전자 우화를 예로 든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수용된 독단적 견해는 독단론자들이 아닌 회의론자들이 반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가 하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찻주전자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는 단서를 신중하게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주장이 반증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대한 용납하기 어려운 억측이라고까지 내가 말한다면 그것 헛소리로 여겨져야 옳다. 하지만 그런 찻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옛 서적에 명확히 나와 있고, 일요일마다 그를 신성한 진리라고 가르치며, 학교에서도 그를 아이들의 정신에 주입시킨다면, 그 존재를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은 괴짜라는 표시가 될 것이고, 이를 의심하는 자는 계몽시대의 정신과의사나 그 이전의 종교 재판관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p.83)'
이어서 그는 "우리는 그런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찻주전자를 숭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이지만 실제로는 말레이시아에 집채만한 찻주전자를 만들어 신성시하는 종파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고 고백한다.
#2 화물 숭배 의식(Cargo Cult)
종교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시작되며 또 어떤 방식과 어떤 속도로 '진화(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사례로서 리처드 도킨스가 인용하고 있는 흥미로운 문화현상이다. 먼저 그는 어떻게 해서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여러 섬들에서 화물 숭배 의식이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단히 설명한다.
'19세기에 시작된 숭배 의식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출현한 더 유명한 의식(바누아투 탄나섬의 'John Frum' 숭배를 지칭)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물 숭배 의식들은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모든 사례에서 섬 주민들은 관리, 병사, 선교사를 비롯하여 자신들의 섬으로 이주한 백인들의 불가사의한 물건들을 보고 깜짝 놀란 듯하다. 섬 주민들은 경이로운 물건들을 쓰는 백인들이 결코 그것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리가 필요하면 백인들은 물건을 멀리 보냈고, 배나 나중에는 비행기의 '화물'로 새 물건들이 계속 도착했다. 백인들은 물건을 만들거나 수선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고, 유용성이 있어 보이는 행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따라서 화물은 초자연적인 기원을 지닌 것이 분명했다. 그 점을 확인해주려는 듯, 백인들은 종교 의식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특정한 행동들을 했다.(p.309)'
이어 화물 숭배 의식에 관한 그의 주요 참고 문헌인 데이비드 아텐버로(David Attenborough)의 '낙원탐구(Quest in Paradise)'에서 한 단락을 인용한다.
바누아투의 존 프럼의 날 행진
바누아투의 탄나섬에서는 아직까지도 'John Frum'이라는 구세주가 풍족한 화물을 가지고 재림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매년 2월 15일 종교 의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3 지적 사기(Intellectual Imposture)
우리나라에 소개된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들 중에서는 '만들어진 신'에서만 등장하는, 책의 주제와 그다지 큰 관련이 없는 문장인데 이 문장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앨런 소칼(Alan Sokal, 뉴욕대학 물리학과 교수이자 The Sokal's Hoax의 장본인)과 매우 흡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후기 구조주의 운동에 관한 문헌들 중에서 몹시 필요한 틈새를 채우는) 책이라고 적혀 있다. 이 말에 들어맞는 명백히 불필요해 보이는 책이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같은, 고급 사기를 치는 프랑스 문예 운동의 거장들의 책이라니, 딱 어울리는 듯하다.(p.530)'
이 말은 역사적으로 종교가 설명, 훈계, 위로, 영감의 네 가지 순기능을 통해 인류의 '(신이 만든) 몹시 필요한 틈새'를 채워왔다는 주장에 대해 종교가 없어지더라도 예술, 과학, 인본주의 등 충분히 그 틈새는 메워질 수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 '몹시 필요한 틈새를 채운다(fills a great niche)'라는 영어의 관용적인 표현에 대해 언급을 하다가 나온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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