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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27. 13:07
[]
毒이 발효하면 藥이 되는가?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되지 못했고 슬픔도 증오도 부러움도 탄식도 아니면서 동시에 슬픔이자 증오이자 부러움이자 탄식인 저 복잡하고 뒤엉킨 총체적인 혼란을 벗어나는 유일했던 길은 독기어린 시를 쓰는 것, 시를 통해 독을 뿜어대는 것, 다른 말로 하면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너무 퇴행적이다. 나는 충분히 발효가 됐거든.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에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毒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 최승자 : 시집 '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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