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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2. 10:03
어쩌다 가끔 인터넷으로 뉴욕타임스를 들여다 볼 때가 있는데 뉴욕타임스를 읽을 때는 기사도 기사지만 댓글들도 주의깊게 읽곤 한다. 똑같은 사건을 놓고 기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재해석을 한다거나 기자가 빠뜨린 부분을 채워주는 부연설명을 해주는 등의 유익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으면서 비판적 사고(비판적 사고란 말은 사건의 본질과 의미를 들여다 보기 위한 철학적, 논리적 사고를 뜻함이지 나쁜 의미가 전혀 아니다)와 관점으로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댓글을 달고 그런 댓글들이 다시 기사가 다루는 내용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저 당연하게 여기고 지내다가 문득 우리나라 주요 신문들의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뉴욕타임스의 댓글 문화와 우리의 댓글 문화가 어떻게 다른가 내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 한번 살펴 보자면 첫째 뉴욕타임스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에는 신기하게도 막말과 욕설이 전혀 없다. 적어도 내가 읽었던 숱한 기사들 중에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대상을 비난하는 댓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댓글 중에는 거짓말장이(liar)나 위선자(hypocrite)를 들먹이는 댓글들도 있었는데 그나마 이 정도가 가장 심한 비난이고 그것도 기자나 다른 독자에게 향한 비난이 아니라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과 발언에 근거한 비난이었다.

둘째 뉴욕타임스 닷컴에는 인터넷 실명제가 없지만 자신의 댓글에 거의 대부분 실명으로 보이는 이름을 남기며 이름과 함께 사는 곳을 밝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기사와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예컨대 교수나 연구원)라면 자신의 직장도 명기하곤 한다.

셋째 미국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다문화국가라서 그런지 몰라도 다양한(prismatic) 의견들을 공감-비공감, 찬성-반대, 추천-비추천 이렇게 단 두 가지로 묶어버리는 어리석은 편가르기도 없을 뿐더러 댓글을 단 사람끼리 포인트를 잘 짚었다며(good point) 칭찬해주는 경우는 많지만 험한 말을 주고 받으며 싸우는 일도 없다. 서로 의견이 정반대라서 댓글로 토론이 벌어지더라도 그야말로 점잖은 말들이 오갈 뿐이다.

넷째 등수놀이, 낚시놀이, 도배놀이 이런 건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아마 뉴욕타임스 독자에게 우리나라 인터넷의 댓글놀이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본다면 왜 제정신으로 그런 시간낭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다섯째 유머의 코드도 우리와 다르고 진지한 댓글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서인지 신랄한 풍자를 유머러스하게 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댓글은 간혹 보여도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짜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드는 댓글도 물론 없다.

여섯째 위의 내용을 읽어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악플에 대한 신고 기능도 없다. 내 짐작으로는 아이디 정지라든지 댓글 차단이라든지 하는 제재 기능도 없을 것이다. 아직 그런 사례는 들어 보지 못했지만 소송 문화가 만연한 곳이니 만큼 아마도 신고될 만한 내용을 댓글로 달면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상은 전적으로 뉴욕타임스에 달리는 댓글들만, 그것도 일부분만, 살펴 보고 적은 내용이다.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회원 가입을 해서 매일 두 번씩 이메일로 주요 기사를 받아볼 수 있고 자신이 지정한 키워드(예컨대 한국 관련 기사라면 Korea)가 포함된 기사가 올라오면 그 기사만 따로 통지(alert)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주요 신문의 댓글란은 어떤 모습일까? 이 부분은 긴 말이 필요없다고 생각되어 그냥 캡쳐한 이미지로 대체하겠다. 아래 이미지는 막말과 욕설로 도배를 할수록 더 많은 찬성표를 얻고 인종차별, 지역차별 등의 편견을 거리낌없이 표출하고도 오히려 박수를 받고 지지와 공감을 얻는 우리나라 어떤 대표(?) 신문의 댓글란의 모습이자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덧붙입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맨 아래의 이미지는 조선일보 조선닷컴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캡쳐한 것입니다. 물론 비교대상도 조선일보를 염두에 둔 글이구요. 솔직히 조선일보를 뉴욕타임스에 비교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만 우리나라 닷컴 신문 중에서 방문자 수가 가장 많고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곳이 조선일보였기 때문에 조선일보를 선택한 것입니다. 원글에서 이미 포탈의 댓글이 아닌 특정 신문의 기사에 달린 댓글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이나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탈들에 달리는 댓글들이 사실상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뉴욕타임스의 댓글과 포탈의 댓글을 비교한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단락에 중점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닷컴들이 악플과 저질 댓글들을 처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이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많은 비용을 치루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인력과 비용이 인터넷의 발전과 혁신을 위해 보다 생산적으로 쓰여진다면 더 낫지 않을까요? 아주 적절한 비유는 아닙니다만 우리나라 전 국민이 단 한 사람도 길거리에 쓰레기를 무단 투척하지 않게 되어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다른 일자리에서 그 땀과 노력을 들인다고 생각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는 생각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요는 저질 댓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문제와 좋은 댓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의 문제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댓글 문화는 매우 역동적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일부 댓글 문화를 시간낭비라고 보는 것은 댓글을 즐기기 보다는 다른 즐거움을 탐닉하는 그네들의 문화에서 기인한 시각일 뿐이고 댓글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우리네 문화도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나쁜 댓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나 개인적 피해 등의 단점들을 고치고 개선시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같이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 것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