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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30. 08:08

이건 그야말로 느닷없이 생각이 나서 적는 건데 과거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홍성유의 '인생극장'이란 소설이 있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 어렸을 때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싸움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이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손이 작은 편인데 '인생극장'에서 주인공인 김두한도 손이 매우 작다고 묘사된 대목을 읽은 후로는 '인생극장'을 읽을 때마다 마치 내가 김두한인 듯한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때 저 '인생극장'이라는 소설을 얼마나 좋아했는가 하면 신문을 주으러 마당에 나갔다가 비가 많이 오거나 배달소년이 신참이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배달사고가 났다고 생각되면 곧바로 조선일보 지국까지 찾아가 직접 가져올 정도였고 당시 한참 아침잠을 즐길 나이인 중학생이었음에도 조선일보를 아버지가 찾으시기 전에 먼저 편하게 읽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를 읽던 순서도 아직 또렷이 기억나는데 한번 떠올려 보자면 신문을 주워들고 펼치면 가장 먼저 고바우 영감을 본다. 동시에 사회면을 대충 한 번 훑은 후 1면으로 돌아가 머릿기사와 팔면경을 읽는다. 그 다음 곧바로 연재소설란으로 넘어가 위의 '인생극장'을 짧게 탐독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스포츠면을 뒤진다. 그리고는 이규태 코너를 찾아 읽고 맨 마지막 지면의 TV 편성표 체크로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때가 아마 1980년대 후반으로 조선일보를 구독하기 전에는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를 바꿔가며 구독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어머니가 유리컵이던가 싸구려 후라이팬이던가 하는 조선일보의 사은품에 혹하셔서 강력히 조선일보 구독을 주장하셨던 것 같다. 사은품을 받아도 일단 1년만 구독하면 그 후에는 다른 신문으로 바꿔도 괜찮다고 생각하신 어머니를 다른 신문들 역시 사은품을 내걸며 경쟁적으로 유혹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종종 19금을 넘나들며 '주먹세계'의 환타지로 중학생이던 나를 사로 잡은 '인생극장' 덕분에 그 연재가 끝난 이후로도 조선일보는 아예 우리집 공식 지정신문의 반열에 올라 꽤나 오랫동안 그 누구도 다른 신문을 보자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게 된다.

그러던 조선일보도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점점 그 지위가 격하되어 조선일보를 구독한다는 사실이 남부끄럽다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1990년대 중반에 결국 우리집에서 퇴출당하고 만다.

그렇다면 1990년대에 이미 구독 사실이 남부끄러웠던 조선일보에 대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은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조선일보를 보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히 큰 회사나 공공기관은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비교의 대상으로, 반면교사로 삼아 읽을 수 있다면 일부러 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개인이 집에서 돈을 내고 조선일보와 같은 저질신문을 구독하는 짓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일보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부류라면 정치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구독하는 것 또한 당연하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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