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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1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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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시인'으로 칭송받았던 에즈라 파운드의 기구한 운명은 머나먼 조선의 시인들에게까지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었던 모양이다. 뭇솔리니를 천재로 추켜세우며 파시즘의 나팔수를 자처했던 이 위대한 시인은 2차대전 종전 후 미군법정에 세워져 반역죄를 선고받지만 정신병 소견을 인정받아 12년간 정신병원에 갇히고 결국 그는 죽어서까지 조국땅을 밟지 못한 채 비극적인 삶을 끝맺게 된다. 이 시에서는 차라리 시를 버릴지언정 부끄러운 삶을 살지는 않겠다는 시인의 다짐이, 이국의 어느 한적한 섬에서 쓸쓸히 고향을 그리며 서있는 에즈라 파운드의 묘비에, 조용히 아로새겨진다. 시인도 시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임을 성찰하며...

- 당대(當代)의 시인(詩人) 에즈라 파운드는 배신자라는 낙인 때문에 그리던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땅 이탈리아 <망자의 섬>에 죽어 묻힌 지 13년이 되었다.

1
나는 시(詩)를 버리더라도
먼저 바른 길을 가려 보자.
센 바람 불어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약속한 뜻은 겁이 나도 지키고
힘들면 울어도 포기하지 말자.
딴 소리 하는 시인(詩人)은 헛소리로 듣고
웃음거리 되더라도 서 있자.
밤새워 깎고 다듬은 서투른 끌질에
피 흘리고 떨어져나간 감상(感傷)의 햇수들
이제는 전신에 뜻없는 상처로 남아도
내가 흥겨워서 벌였던 한판,
그 이상 내가 무엇을 바라랴.

2
에즈라 파운드의 고향은
감자가 많이 나는 아이다호주(州),
해마다 감자들은 생살을 째고
피 흘리는 생살을 흙에 비벼서
안 보이는 땅 속에 양식을 마련한다.
고향의 감자꽃은 슴슴하지만
아프지 않고는 여기 살 수 없다고
아무나 감자 옆에 누울 수는 없다고
슴슴하게 웃고 가는 고향의 감자꽃.

3
섬에서는 망자(亡者)들이 소리 죽여 울고
우는 어깨 위에 나비가 앉는다.
작은 언덕이 바람에 밀려 다니고
모두 부질없음을 알고 난 후에도
돌멩이 몇 개 언덕을 기어오른다.
밤에는 심한 비가 자주 내리는 섬,
빗소리에 잠이 깨면 그새 육탈(肉脫)이 된 몸,
뼈 사이로 스미는 빗물의 차가움에
몇 개의 뼈는 벌써 피리 소리를 내고
온몸이 환히 보이는 망자(亡者)들의 부끄러움.


- 마종기 : 시집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문학과지성사)중에서
- 김   현 : 시선집 '앵무새의 혀'(문학과지성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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