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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2. 00:50
[]

시를 읽을 때면 늘 나는 시인이 된다. 시를 쓰기 위해 싯귀를 떠올리고 있을 당시의 시인의 눈에 비친 정경,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온갖 상념들을 떠올리며 공감하려고 애쓴다. 내가 시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곤 이것밖에 없다.

'머나먼 다리 위에 매달린 채 음산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달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에 아련한 현기증을 느낀다. 추억속의 연인과 벌였던 모든 행위가 남긴 것은 오직 절망뿐. 차라리 꿈이였다면. 아득한 기억들이 눈물을 짜내려는 듯 목을 조른다. 그도 나처럼 외롭고 고독하겠지? 그도 나처럼 절망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억울해. 아냐, 이건 너무 유치한가? 아,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면 이 원망섞인 절망도 차츰 사그러들까?'


흥, 이건 아직 어린 최승자군. 가녀린 달빛에서조차 따스함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속이고 있어.

추억이 컹컹 짖는다
머나먼 다리 위
타오르는 달의 용광로 속에서
영원히 폐쇄당한 너의 안구,
물 흐르는 망막 뒤에서
목졸린 추억이 신음한다

그 눈 못 감은 꿈
눈 안 떠지는 생시

너희들 문간에는 언제나
외로움의 불침번이 서 있고
고독한 시간의 아가리 안에서
너희는 다만
절망하기 위하여 밥을 먹고
절망하기 위하여 성교한다.

- 최승자 : 시집 '이 時代의 사랑(문학과지성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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