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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6. 23:31
병적인 거짓말장이들은 자신의 거짓말로 인한 양심의 가책을 누그러뜨리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교묘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가령 내가 아는 한 거짓말장이는 돈을 갚기로 한 날에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채권자의 추궁이 두려워 전화번호를 바꾸고 착신서비스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았다. 돈을 받기로 한 날에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는 그의 전화로 계속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연결이 되어 채권자가 갚기로 한 날에 돈도 안 갚고 왜 전화도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거짓말장이는 전화기가 물에 빠져서 고장이 나는 바람에 새 전화기로 바꾸었고 그 와중에 번호도 바꾸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변명을 했다.

그의 변명 중에서 사실인 부분은 오직 '번호를 바꾸었다'는 대목일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다. 그렇지만 거짓말장이는 자신이 말한 여러가지 내용 중에서 유일하게 사실인 부분에만 주목을 한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적어도 번호를 바꿔서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까'라며 자신의 거짓말을 합리화시킨다. 그에게 돈을 제 날짜에 갚기로 한 것과 전화기가 물에 빠진 것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나 전화기가 물에 빠져서 고장이 났다고 하더라도 번호를 바꿔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말에 포함된 수십 가지의 거짓말 중에서 참인 내용이 한 가지만 있어도 얼마든지 자신의 거짓말을 정당화시켜버리는 매우 '편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편리한 사고방식'은 종종 거대한 거짓말의 바다에 매몰되어 있는 이들을 통해 쉽게 엿볼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 '참'과 '진실'이란 개선장군의 팡파레, 아니 판관 포청천의 개작두와도 같다. 그렇지만 '편리한 사고방식'이 '편리'한 이유는 그들의 이중적인 적용기준 탓이다. 자신들이 어쩌다 한번 '진실'로 대항할 때는 하늘높은 줄 모르고 목청을 올리지만 자신들이 '진실'의 벽에 맞닥뜨려 나아갈 수 없게 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온갖 비겁한 변명과 치졸한 궤변을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가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변듣보라는 아이가 생각난다. 대체 우리 사회의 어떤 오염된 부분이 변듣보라는 돌연변이 괴물을 낳았을까. 그놈은 자기가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이도 참 불쌍한 놈이다(걔 어렸을 때 쓴 글들 보면 걔도 평범했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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