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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27. 21:11
여덟 살 때 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는데 제방 붕괴위험 탓에 대피하라는 명령을 받고 형제들과 손을 잡고 고지대로 피신하다가 물이 차오를대로 차오른 도로 옆 수로에 빠져 급류에 휘말린 것이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 보니 웬 군인 아저씨들한테 둘러싸여 있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재난상황이라 마침 예비군들이 소집되어 그 주변에 모여 있었는데 우리 형의 사람 살리라는 비명소리에 여러 명이 달려들어 나를 구해냈다고 한다.

군대에 있을 때는 물난리 탓에 두 달 동안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했던 적이 있다. 비가 많이 오던 여름날 새벽 근무를 마치고 막 단잠에 빠져드려는 찰나 우의를 입은 일직사관이 내무반에 들어와 불을 켜더니 모두 판쵸우의를 착용하고 나오라는 것이다. 투덜거리며 나갔더니 막사 뒤 배수로가 엉망이 되어 어디선가 잔뜩 공수해 온 모래주머니를 여기저기 쌓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그냥 장마철이면 으레 벌어지는 일이려니 생각했는데 그날 새벽 결국 부대에 물을 공급하던 저수조가 붕괴되는 바람에 부대내 막사의 모든 처마끝에 큰 대야와 통들을 받쳐놓고 그 물을 받아 반나절 정도 가라앉혀 식수로 써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씻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수세식 화장실도 이용할 수가 없어서 정화조까지 직접 가 거기에 임시로 마련된 시설(?)에 볼일을 봐야했다.

아침에 자다가 전화를 받았다. 비가 많이 오는데 괜찮냐는 안부전화다. 새벽에 비가 엄청 오면서 천둥과 벼락이 많이 치긴 했지만 여긴 비 피해 우려가 전혀 없는 곳이니 걱정 마시라고 하며 끊었다. 그대로 일어나 TV를 켜서 뉴스를 보고 있자니 서울은 서초동, 역삼동, 방배동, 사당동, 신림동 등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가 물폭탄으로 초토화된 것 같다. 강남역은 비가 조금만 많이 왔다하면 바로 물난리가 나는 곳인데...지금은 그쪽으로 출퇴근 안하니까 다행이네. 게다가 오늘은 쉬기까지 했으니까 여기저기서 각종 사고 당하신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I'm lucky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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