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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6. 03:17
자다가 악몽을 꾸고 깼다. 운동을 하다가 넘어져서 다쳤는데 아무래도 팔다리가 모두 부러진 것 같았다. 끙끙거리며 근처에 있던 친구 녀석에게 병원엘 좀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엉뚱하게도 농구공을 던져주면서 한 번 슛을 해보라는 것이다. 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하소연을 했지만 귀 기울이기는 커녕 실소를 보내며 들은 체 만 체다. 고통을 참으며 공을 던졌는데 어려운 슛이었음에도 희한하게 공은 깨끗이 림을 통과하고 이젠 더 이상 말해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에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어떤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양다리는 골절이고 어깨는 다행히 인대가 늘어난 정도였다. 그 병원은 집에서 매우 멀었기 때문에 나는 집 앞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병원 관계자들은 절대 못 옮겨준다며 완강히 버티는 게 아닌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돌아서는데 어느새 병원 밖이었다. 부러진 다리를 끌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집까지 가는데 제발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람들은 여럿 지나가는데 모두 정신없이 바쁘거나 남을 돕는 일엔 관심 자체가 없는 듯 아무도 내 말에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사례를 톡톡히 하겠다고 크게 소리쳤더니 갑자기 서로 하겠다고 한꺼번에 난리를 쳤다. 그 중에서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귀여운 얼굴을 가진 아가씨가 가장 먼저 내 팔을 붙잡고 돕겠다고 해서 그 아가씨에게 의지해 집으로 향했다. 만면에는 친절한 미소를 띠고 사랑스러운 어조로 자꾸 말을 거는데 왠지 목소리가 목에 걸린 듯 대답은 나오지 않고 욕지기만 치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토할 듯한 기분에 눈을 떠 보니 침대 가장자리에서 밖으로 목을 늘어뜨린 채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고 있었다.

1. 농구공을 던져주던 친구 녀석 : 돈을 빌려주고 원금을 18개월로 나눠 매달 얼마씩 갚으라고 했는데 지금 여섯 번만 갚고 두 달째 밀린 상태다.

2. 엑스레이를 찍어 준 의사 : 십 년 전쯤 알고 지내던 멋진 은발에 모델 뺨치게 생긴 스웨덴 친구의 얼굴이었다. 아프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서 매우 억울했는데 다리가 부러졌다고 객관적인 진단을 내려줬다. 다만 어깨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함.

3. 귀여운 아가씨 : 얼마 전 우연히 만났던 친절한 후배.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작은 친절함이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거나 관심이 생겼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약간 불쾌했었다. 또 후배인지조차도 몰랐지만 어제 어쩌다 보니 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날 들고 다니던 책을 보고 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