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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3. 00:59
요전번 조카딸 생일날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책을 선물했다. 아이가 만화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맨 처음 사줬던 '요츠바랑'도 여전히 나오는 족족 사다주고는 있지만 이번에 박스세트로 재발간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절판되면 또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에 아직 읽기에 적당한 연령이 아니라는 생각도 잠시 접고 다짜고짜 사서 갖다 준 것이다. 조카딸 아이에게 책을 골라줄 때는 만화책이든 그림책이든 문자책이든 이야기가 있는 책은 반드시 여성이 주인공인 책을 고르고 또 여성상에 대해 나름대로 철학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라면 무엇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안심이라는 생각이다.

참고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 여성들은 대개 연령에 따라 점차 변해가는데 소녀 또는 결혼 전 처녀일 때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온화함을 바탕으로 불굴의 도전정신, 발랄한 호기심의 탐구정신과 강한 독립심을 가진 외유내강의 여성상으로 그려지는 게 보통이고 결혼하여 아이를 가진 경우에는 끝없는 모성애를 바탕으로 아이를 바르고 소중하게 키우려는 의지에 억척스러움을 더한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또한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면 삶과 세상에 대한 겸허함을 바탕으로 지혜와 통찰로 갈등을 조정하고 현명한 조언자로서 후세들의 불안을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한다.

등장하는 여성상은 그렇다치더라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들을 통해 황폐화된 인간의 심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사춘기 정도의 나이는 돼야 읽을만할 텐데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닌지 약간 걱정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의 흐름이라는 걸 스스로 느낄 때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줄거리가 있는 만화책을 선물할 생각이다. 그래야 나중에 그림책이라도 제대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테니까 말이다.

조카딸내미의 책장에는 온갖 책이 가득하지만 나는 이 영악한 녀석의 진실을 알고 있다. 책을 읽는 시늉만 하더라도 어른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고 지금껏 그렇게 해왔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읽는 일은 아예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장차 닌텐도와 컴퓨터를 이기기 위해서는 양질의 만화책, 그리고 같이 뛰놀 수 있는 좋은 동무들이 최고가 아닐까. 가은아, 삼촌이 쬐끔 니 걱정 해준다,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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