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6.8.14일자 연합뉴스에 실린 기사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분이라면 이 기사를 보고 선뜻 고개를 끄덕거릴지도 모르겠다. 또 영어 듣기와 관련하여 인구에 회자되던 유명한 일화로는 "Freeze!"(꼼짝 마)와 "Please!"를 구분하여 알아듣지 못하고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유학생의 얘기도 있지만 이 기사에서처럼 이런 개인적 경험들과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밑그림을 연관지으려 하다가는 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더욱이 요즘 개나 소나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국가경쟁력'에는 듣기, 말하기 보다는 읽기, 쓰기가 훨씬 더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왜일까?
사업(Business)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미국의 햄버거가게에서 햄버거 주문할 일이 더 많을까, 아니면 한국의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Ebay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 주문할 일이 더 많을까? 물건을 수출한다고 치자. 물건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목록(catalogue), 설명서(manual), 계약서(contract document), 신용장(Letter of credit)이나 각종 라이센스(license) 등 온갖 서류들이 아니던가? 물론 바이어를 직접 만나 상담하고 접대할 일도 있겠지만 보통의 상황이라면 결국 서류들을 토대로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라면 말은 좀 어눌해도 문서로 된 준비(paperwork)들이 확실한 쪽에 더 신뢰가 갈 것 같다. 말도 유창하고 문서작업도 잘 해낸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요즘 이메일을 통한 각종 서류나 서신, 파일들의 교환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읽기, 쓰기의 중요성은 여전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햄버거가게에서 주문하는 것 따윈 미국의 거지(homeless)들도 유창하게 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동대문이나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또 필요한 만큼의 수준까지는 영어, 일어, 러시아어, 중국어도 문제없이 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에서 어떤 분야에 무엇이 얼마나 실제로 필요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노릇이다. 진짜 실용주의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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