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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14. 04:35
평생 손등이 거북등처럼 트고 갈라졌던 적이 딱 한 번 있다. 여덟 살이던 해 겨울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매일같이 읍내 어귀로 나가 벼 밑동만 남은 논에서 한두 살 많은 동무들과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았다. 논두렁에 작은 아궁이를 파서 불장난을 하다가 여기저기서 병을 주워와 병싸움을 하고 누구 하나 연이라도 들고 오면 얼레 한 번 잡아보려고 앞다퉈 매달리곤 하던 시절이었다.

불장난을 할 때는 어머니 몰래 부엌 구석 곤로 옆에 놓여있는 '화랑' 성냥을 들고온 놈이 대장이었고 병싸움을 할 때는 '활명수'병을 찾아든 놈이 대장이었다. 몇 푼이라도 돈이 되는 술병이나 음료수병들은 떠돌이 동냥아치들 몫이었고 우리는 개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농약병이나 지나가는 사람들 발에 밟혀 땅속에 묻혀있던 박카스병, 활명수병을 주워 누구 병이 가장 쌔나 깨먹기를 하곤 했다.

대장이 논두렁에 작은 아궁이를 만들고 주변에 널려있는 볏짚을 모아 성냥불을 그으면 다른 아이들은 종이, 나뭇가지, 플라스틱, 고무 같은 온갖 불쏘시개를 주워와 뿌듯하게 구덩 앞 한구석을 차지하고 손을 쬐었다. 땅에 묻혀있는 비닐 뭉치를 찾아내기라도 하면 나뭇가지에 칭칭감아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횃불을 만들어 쥐고 봉화 봉송 주자라도 되는 양 논가운데를 자랑스럽게 달렸다.

추운날 그렇게 신나게 놀다 갈라져 피가 날 정도로 튼 손등은 결국 어머니 손에 이끌려 따뜻한 물에 담궈지고 불려져 빨간 이태리 타올의 잔인한 손놀림에 속수무책 쓰라림을 맛볼 수 밖에 없었는데 머릿속은 빨간 타올의 손아귀에 잡힌 손을 빼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고 울음소리에 뒤섞인 비명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도망치려고 울면서 발버둥을 하면 여지없이 등짝에 어머니의 손바람이 불었고 그때는 아파서 우는 게 아니라 서러워 흘리는 닭똥같은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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