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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事'에 해당되는 글 91건
2008. 9. 25. 08:38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러닝메이트인 페일린 효과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선거 판세가 다시 오바마에게 뒤지기 시작했다는 매케인 진영의 위기감 탓이다. 실제로 페일린은 잦은 말바꾸기에 대한 비난과 함께 경제 문제나 외교 정책 등을 다룰 만한 능력이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일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페일린의 12가지 거짓말이 화젯거리로 등장한 지 오래고 여러 언론들에서는 도도한 미소와 미끈한 다리를 뽐내는 페일린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찾아 지혜를 전수받는 체하는 쇼나 하면서 나토 문제나 미국의 유동성 위기 등에 대해 질문하려는 기자들을 따돌리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을 쓰고 있다고 조롱하고 있다.

알래스카에 개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 젊고 당당한 여성 주지사라는 이미지 덕분에 매케인에 의해 부통령 후보로 지목됐지만 선심성 연방 예산 활용을 상징하는 '갈 곳 없는 다리(Bridge to Nowhere)'에 대한 페일린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개혁의 이미지가 완연히 퇴색하고 'Troopergate(여동생과 법적 다툼을 벌였던 여동생의 남편과 관련하여 압력을 행사하다가 알래스카 주경찰 총장을 사임시킨 사건)'처럼 주지사나 시장 시절 자신이 행했다는 사실이 쉽게 확인가능함에도 부통령 후보가 된 후 어설프게 부인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구설수와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아 오히려 도덕성 논란까지 생기자 젊고 아름다운 페일린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매케인이 일종의 돌파구이자 승부수로써 선거 운동 중단과 대통령 후보 토론 중단이라는 강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Cartoon by Tom Toles

페일린의 거짓말들과 Bridge to Nowhere를 풍자한 카툰


백악관에서는 대통령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금융 위기로 촉발된 7천억불(한화 약 800조원) 규모의 구제 법안에 관해 부시, 매케인, 오바마 및 미 상하원의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자는 매케인의 성명에 대해 환영하는 논평을 냈지만 이 또한 금융 구제 법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매케인의 유리한 고지 점령과 동시에 시급한 금융 구제 법안 시행을 바라는 부시 정권으로서는 환영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는 탓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정황들을 의식한 민주당 및 오바마 진영에서는 당연히 반대 의견들을 쏟아냈는데 먼저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해리 레이드(Harry Reid) 의원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 후보 토론은 예정대로 실시되어야 하며 매케인 후보가 요구하는 협상이 사진찍기 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발표했고 오바마 후보는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어디든 갈 준비는 되어 있다."라며 일말의 가능성은 열어 뒀지만 "하지만 지금이 바로 대통령이 될 사람의 목소리를 미국 국민들이 들어야 할 순간이며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기"라며 매케인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긴급뉴스로 타전되고 있는 매케인의 이 깜짝쇼는 글자 그대로 깜짝쇼로 끝날 공산이 클 전망이다.
2008. 9. 24. 07:07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막았다고 환호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노무라 홀딩스가 리먼 브라더스의 아태법인을 인수했다고 환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다음은 AP연합에서 보도된 내용.

노무라 홀딩스의 CEO인 켄이치 와타나베는 노무라의 이번 리먼 브라더스의 아태법인 인수에 대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만한 기회(once in a generation opportunity)'를 잡은 것이라며 자찬한 뒤 "(이번 인수를 통해) 노무라 홀딩스는 아시아에서의 영업 범위를 크게 확장시킬 것이며 세계적인 투자 은행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꿈을 실현시킬만한 크기와 규모를 갖출 수 있게 할 즉각적이고도 전략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거래는 우리의 (웅대한) 전략에 대한 확인의 성격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무라 홀딩스는 정확한 인수가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2억 2천 5백만달러의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인수가액에 리먼 브라더스의 거래 자산과 부채는 일절 포함되지 않았으며 도쿄, 홍콩, 상하이 등 아시아 11개 지부와 그곳에 근무하는 3000명의 리먼 직원들에 대한 승계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즉 노무라 홀딩스의 환호는 모기업이 파산한 틈을 타 알짜배기 부문만 헐값에 매입해서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된 사실이 기쁘다는 뜻이고 우리나라의 삼성증권과 홍콩HSBC도 리먼의 아태법인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준비를 했지만 노무라의 발빠른 대응이 이들을 제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딱히 과장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에 반해 우리 산업은행은 리먼의 어마어마한 부실까지도 몽땅 떠안겠다고 나섰다가 그 무모함과 황당한 어리석음으로 외국의 비웃음만 잔뜩 사고 물러났으니 참으로 대조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08. 9. 23. 23:55
<타임(Time)이 꼽은 미국 역사상 10대 파산 회사 - 파산 전 총자산 기준>
1위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 Holdings Inc.) - 639억달러(약 73조원)
: 미국 4위의 투자은행으로 파산 전 자산이 639억달러(한화 약 73조원)에 달했으나 2008년 9월 15일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2위 월드컴(WorldCom Inc.) - 104억달러(약 12조원)
: 2002년 파산 당시 미국 내 2위의 장거리 통신회사로서 자산이 104억달러(한화 약 12조원)에 달했으나 회계부정 스캔들이 일어난지 한 달 만에 파산했다. CEO였던 Bernard Ebbers는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 받았다.
3위 엔론(Enron Corp.) - 66억달러(약 7조 5천억원)
: 한때 미국 내 7대 회사로 꼽혔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 역시 주가조작, 횡령, 뇌물수수, 분식회계 등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2001년 파산했다. 당시 엔론의 재무를 담당하며 분식회계를 도왔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Arthur Andersen)'은 분할 매각되었다.
4위 콘세코(Conseco Inc.) - 61억달러(약 7조원)
: 미국 인디아나주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였던 콘세코는 한때 58억 달러의 가격으로 거래된 적도 있었지만 2002년 파산을 선언했을 당시의 기업 가치는 1달러에도 못 미쳤다.
5위 PG&E(Pacific Gas & Electric Company) - 36억달러(약 4조 천억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및 북미 지역에 전기와 가스를 소매로 공급하던 가장 큰 사업체로서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던 PG&E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에너지 도매가격이 급등하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1년 파산했다.
6위 텍사코(Texaco Inc.) - 35억달러(약 4조원)
: 유수의 석유기업이었던 텍사코는 기업 합병과 관련한 Pennzoil과의 권리침해 소송에서 패소하여 10.5억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자 1987년 파산했다. 현재는 쉐브롱(Chevron)사와 합병된 상태다.
7위 Financial Corp. of America - 34억달러(약 3조 9천억원)
: 1980년대 후반에 있었던 미국의 금융 위기에 휩쓸려 2억달러의 연방 구제 금융의 지원을 받고도 결국 1988년 파산했다.
8위 레프코(Refco Inc.) - 33억달러(약 3조 8천억원)
: 상품 중개 시장의 큰손이었던 레프코사 역시 약 4억 3천만달러의 대손금을 조작하여 감추는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가 발각되어 2005년 파산했다. 이 회사의 CEO였던 Tone N.Grant는 올해 8월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9위 인디맥(IndyMac Bancorp, Inc.) - 33억달러(약 3조 8천억원)
: 미국 2위의 모기지 대출업체였던 인디맥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부실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2008년 7월 31일 파산을 선언했다.
10위 글로벌 크로싱(Global Crossing Ltd.) - 30억달러(약 3조 4천억원)
: 닷컴 기업들의 성장에 발맞춰 광섬유케이블 사업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던 글로벌 크로싱은 닷컴 기업들의 거품이 꺼지고 회계부정까지 겹치자 2002년 파산했다.

2008. 9. 23. 00:38
한국 사회에서 '진보주의자'라는 말처럼 헷갈리는 말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본다. 대체로 진보냐 보수냐는 기존 질서나 권위에 대한 저항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지만 막상 어떤 대상의 태도에 대한 판단(저항적이냐 순응적이냐)이 서더라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 태도를 현상과 실제, 행위와 사유로 나눠 생각하면 더욱 어려워진다. 가령 기존 질서에 대한 반성적 사유가 없거나 부족하지만 개인적, 집단적 이익을 침해당했거나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발과 저항을 한다거나 사유의 영역에만 침잠한 채 구체적 행동이나 실천은 전혀 뒤따르지 않는 경우 또는 분노, 환희, 동정심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개입하여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또 개별 사안이나 카테고리에 따라서 얼마든지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게 된다.

얼마 전 민노씨 블로그에 들렀다가 '독선적 계몽주의'라는 표현을 봤다. 지적인 우월감을 바탕으로 대중을 선도하려드는 '진보주의자'들의 구태의연한 시도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엿보이는 짧은 글에서였다. 민노씨는 진보를 표방하면서 때로는 교조주의적이거나 파시스트적인 모습을 보이곤 하는 진보주의자들을 이율배반적인 모순덩어리라고 보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는 각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또 유지시키기 위한 사회적 본능에 따른 일관성에 대한 강박적 타성이 작용한 결과로 생각된다. 비록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나 기이하게 보일지라도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진보적 태도와 보수적 태도가 다양한 모습으로 혼재한다고 보는 게 한국적 현실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비판적 사유와 자기 성찰의 빈곤이다. 누군가 유럽의 6.8운동과 우리의 민주화 운동을 비교하면서 말하길 6.8운동은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부정과 반발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민주화 운동은 분배라는 관점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소위 운동권 내부에서조차 거부감 없이 군사문화를 수용해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권위주의적 편견이 팽배한 모습들을 흔치않게 볼 수 있었다라고 한 적이 있다. 외국 사상서들의 저급한 번역본이 주입식으로 앵무새처럼 전달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일종의 열등의식과 폐쇄적 문화가 진입장벽을 만들어 사상적 토대를 다지는데 방해가 된 측면도 있다. 즉 한국적 현실에서 일관성이 없는 진보주의자들의 모습은 사안별로 태도를 달리 취한다기보다는 사상적 토대의 부실함에 기인한 탓이 크다는 얘기다. 쉽게 말하자면 밖에서는 자칭 진보주의자라는 사람이 집안에서는 가장이란 이름의 폭군이 되고 한편으로는 남녀차별적 행태를 손쉽게 용인하는 등의 기괴한 모습들이 내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자기정체성을 진보라는 틀로 일관되게 통합해 줄 수 있는 비판적 사유와 자기 성찰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식과 위선의 거품을 뺀 채 '이러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나는 보수주의자'라고 당당히 말한다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고 예로 든 일관성 부재의 모습은 일반화하기에는 무리인 소수의 사기꾼, 얼치기 진보주의자들만의 얘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앞서 말한 한국적 진보의 비극은 위에서 언급한 '엘리트적 계몽주의'와도 끈이 닿는데 대중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해야한다는 총론에는 이르렀을지언정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속담처럼 각론에서는 여전히 주입식 행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생존 경쟁에 몰입한 나머지 합목적적 사고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버린 대중에게 합리적 사고를 전제로 한 정책과 정보전달에 치중하고 있으니 늘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소한 그들에게 합리적 사고가 가능한 여건과 토대를 제공하든지 생존 경쟁에 합목적적인 정책을 개발하든지 둘 중의 한 가지를 택해야 하지 않을까. 둘 다 병행할 수 있다면 더 낫겠지만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의 반작용에 대한 고려의 문제다.

종종 나는 부자나 권력자들에게도 (정서적) 배려는 필요하다고 얘길 하곤 하는데 공동체적 전통이 강하고 정에 약한 우리나라 국민성의 특성상 그들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키우고 조장하여 진보적 운동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은 절대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과잉된 감정은 소모적인 대립과 낭비만을 가져올 뿐이다. 어떤 감정을 부추겨도 용인될 만한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나 한시적이고 개별적이라는 단서 하에 권력투쟁을 위해 감정적 에너지가 이용될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오히려 상대방이 도발해오더라도 일부러 피해야 한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좋다(good), 나쁘다(evil)의 대결이 아닌 옳다(right), 그르다(wrong)의 대결이 되야 한다는 뜻이다. 변화는 아무리 힘이 쌘 자에게도 불안과 두려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예측불가능한 파국으로 치달을 때는 바로 사람들의 이런 불안과 두려움, 또는 감정의 과잉 탓이 대부분이다.

진보주의자의 수명은 짧다. 끊임없는 회의와 반성이 없는 진보주의자는 시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주의자는 진보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 살 수 있다. 진보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건강한 진보주의를 통해 공동체의 번영을 이뤄나가고 이익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2008. 9. 11. 17:10

토씨님의 글: 작계5029'가 '북한 급변' 대비책이라고?
조선일보 사설: 반드시 닥칠 북한 급변 사태에 총력으로 대비하라

중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미국을 앞세워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억제한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으로 오판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소리다. 우리가 미국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한반도에 일방적인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중국의 의지도 더욱 강해진다. 우리는 중국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는 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막으려는 그 어떤 시도나 계책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미국, 한국은 한국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북한 당사자가 빠진 강대국들만의 은밀한 뒷거래로 어떤 타협이 이뤄질지 알 수도 없다.

독일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독일이 미국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소련을 설득했다는 얘기는 가당치 않다. 독일의 통일이 소련의 국익을 침해하지 않을 거라는 설득이 당시 소련의 경제난과 맞물려 주효했을 뿐 설령 그 상대가 미국이라 하더라도 국지전이나 기껏해야 다른 나라에서 대리전으로 치뤄질 전면전을 두려워해 설득당했다는 것은 강대국들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얘기다. 더구나 독일과 소련사이에 그런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그에 앞서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임 초부터 일방적 친미를 표방하면서 삐걱댔던 중국과 한국 사이에 현재 그런 신뢰관계가 존재한다고 보는가?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은 우리 민족의 재앙이다.

예측 불가능한 돌발상황으로 인한 가능성으로만 치자면 한반도에서의 분규는 세계대전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그저 국지전이나 전면적 대리전의 형태로 전장이 될 한반도는 쑥대밭이 될 것이고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던 나라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던 일본이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설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벌써 잊었는가? 핵무기 사용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걸프전에서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할 만큼 군사적 균형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또 유례없이 엄청난 재래식 무기가 밀집되어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무력충돌은 우리 민족의 멸망에 버금가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치킨 게임은 무모하다.

북한에서 급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을 등에 업은 채 전면적 군사 개입을 놓고 치킨 게임을 할 수도 있다는 상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그런 가정 자체도 지극히 무모하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항상 무력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또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렇게 행동하는 강대국들의 여러 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그 형태나 방법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전쟁 아니면 타협이라는 식의 단순한 생각은 어리석다. 가령 정권의 정통성을 시비하는 한반도 내부 세력의 요청이라든지 두만강을 통한 대규모 난민의 유입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든지 등의 손쉽게 댈 수 있는 여러가지 핑계를 이유로 일부 지역의 점령 및 주둔을 요구할 수도 있고 게릴라 및 반군을 지원하는 형식의 개입도 가능하다.

균형잡힌 외교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전쟁을 억지하면서 통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중국이 통일 후 수립될 정부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그널을 주고받아 상호 신뢰관계를 쌓는 방법 뿐이다. 즉, 중국의 우호적 협력이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외교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노골적으로 미국에 기대면 기댈수록 중국의 우려는 커진다. 미국을 멀리해서도 안되지만 동시에 중국의 불안과 우려도 이해하면서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남북한 간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북한에게 남한이 자신들의 생존과 이익도 지켜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반발과 저항의 불씨는 꺼질 수 없다. 남북한 간의 신뢰관계 구축 노력을 퍼주기니 뭐니 하면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근시안적으로만 바라보는 어리석은 행태는 언젠가 다가올 통일 과정에서 군사적 분규 가능성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남북한 간의 소통과 합의가 충분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북한 권부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외부의 개입조차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허황된 얘기가 되지 않게 하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북한의 권부와 주민간의 결속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북한 내부의 특성상 어려움은 있지만 대규모 물량 공세로 그 틈을 찾거나 또는 만들어 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반발할 마음이 싹 가실 만큼의 물량 공세와 함께 감성적 접근을 병행해 물길을 터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진실한 믿음과 애정, 그리고 뒤따른 실천이 재앙을 막고 통일을 이뤄낼 가장 냉정하고도 현실적인 방책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문제는 지금처럼 서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위에 쓴 모든 얘기들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일뿐 막상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필요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우리가 섣불리 나서서 불안과 긴장을 증폭시키는 일만 피하면 된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삼아 신뢰를 더 빨리 형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표면상으로는 북한 내부 문제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최대한 자제하고 인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설령 중국이 난민 등의 문제로 어떤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외교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군사작전은 수동적이고도 방어적인 최소한의 방책만 갖추어야 한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작계 5029를 다시 꺼내어 쥐고 도발적으로 흔드는 미련한 짓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바보들아, 중국이든 북한이든 문제는 신뢰라고!"

2008. 9. 10. 03:02

짜여진 연출이든 각본이든 가급적 부정적 선입관을 배제하고 진행되는 질문과 답변 그 자체로만 판단하려고 애쓰며 들었다.

우선 국민과의 대화에 임하는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별로 좋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여유있고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보다 진지한 태도가 필요했다. 속된 말로 마치 불난 집 앞에서 실실 쪼개는 얼굴로 불 꺼줄테니 걱정 말아라 하는 듯 보였으니 말이다. 혹자는 현대통령의 화법을 두고 노무현식 화법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노무현 전대통령은 공감대를 형성시키려는 노력을 먼저 하고 나서 그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피력하는 화법이었고 그런 공감대 형성 여부에 따라 호불호가 명백히 갈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전개 과정이나 청자의 입장에 대한 역지사지의 노력이 거의 없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화법이기 때문에 비슷한 듯 보이는 두 사람의 화법은 차이가 크다. 예컨대 어려웠던 자신의 청년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문제 질문자나 촛불시위 관련 학생의 질문에 대해 마치 공감하는 양 말했지만 근본적으로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용이었고 실제로 그 공감의 정도도 매우 부박해 보였다. 이번 정권에서는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며 본말을 전도하는 언론들이 안 보여서 망정이지 지금까지 보여준 대통령의 경솔한 언사나 항상 오해라는 뒤치닥거리가 필요했던 말실수들이 국민들에게 남긴 나쁜 인상을 생각한다면 이번 국민과의 대화 역시 코디네이팅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그 다음 경제분야 질문 중 경제위기설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평을 하자면 말장난의 달인이라는 칭호가 어울릴 듯 싶다. "제가 평소에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온 세계가 어렵고 모두 어려울 때 경제 주체나 공직자들에게 긴장감을 주려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경제 위기를 강조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실어줘 선진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논리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러가지 이권이 걸린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도 그 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고 물으면 위기는 사실 없는데 축 늘어진 말을 하면 긴장감이 떨어지니까 위기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말인지 막걸린지 알 수 없는 대통령의 말씀이다. 단기 외채와 관련된 9월 위기설만 놓고 보자면 제 2의 IMF라는 둥 마치 디폴트 상황이 생길 것처럼 과장되어 옮겨진 소문들은 터무니없는 얘기였지만 페니매와 프레디맥에 묶인 채권의 상환시기에 관한 유동성 문제로 인한 시장의 위기의식이 그 발화점이었기에 전혀 근거없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국민의 입장에서 체감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위기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현실 아닐까. 대통령은 국민들이 느끼는 바와 별 다를 바 없이 느낀다고 말은 하지만 역시 동떨어진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어쩔 때는 꾸중이 듣기 싫어 끊임없이 변명하는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완전히 동문서답이었다. 계속된 경제팀의 엇박자와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무한정 신뢰를 보내는 근거가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막연히 그냥 너무 자주 바꾸면 안 좋고 현 경제팀이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말문이 막혔던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질문을 던졌던 이숙이 시사IN 뉴스팀장이 '강만수 장관과는 소망교회 30년 지기라서 그렇다'라는 대통령의 대답을 기대하고 질문하지는 않았겠지만 대충 얼버무리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장면에서는 혹시 정말로 그런 것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혀끝에서 맴돌았을지도 모른다.

8월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대통령이 제시했던 '녹색성장'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유창선씨의 질문에도 고스란히 핵심을 비껴간 대답이 이어졌다. 말장난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어떤 구체적인 준비나 방안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는데 일자리가 3배로 늘어나면서 소득분배가 균등화된다는 둥 근거도 알 수 없는 허황된 소리만 되려 더 늘어놓고 탄소배출권 얘기를 꺼내는데 탄소배출권에 관한 내용이 구체화됐던 교토의정서에 비준도 하지 않은 미국이나 교토의정서에서 아예 탈퇴하거나 탈퇴를 고려 중인 호주, 일본을 연거푸 들먹이는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탄소배출권이 녹색성장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고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준비에 대한 언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국의 실정에 맞는 환경기준을 장차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전세계적 환경협약에 반영시키기 위해 국제적 역학관계에 따라 이합집산, 합종연횡하는 냉엄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라도 엿볼 수 있었더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대통령 말마따나 우리나라가 친환경제품을 생산해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또 그에 따른 과실을 맛보려 한다면 당장 들뜨게 만드는 꿈같은 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먼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또 개별 경제주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부터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논의를 해야할 터이다.

또 등록금 대출 금리에 대한 질문을 했던 대학생이 추가 질문을 통해 대선 당시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 묻자 자기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며 횡설수설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는데 교육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서 또다시 과외 없이도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둥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그야말로 반값 등록금 공약이나 진배없는 오십보 백보의 허풍을 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대체 현대통령이 말로 못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 인식 자체는 일반적인 인식과 동떨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빅파이론을 핑계로 기업편을 들 수밖에 없으니 떡고물이라도 조금 얻어먹으면서 기약없이 참고 기다리라는 얘기였고 정치보복과 관련한 공권력 중립 문제는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할 얘기였다. 개중에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얘기는 농어촌 대책 문제였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그 필요성이나 시의성이 구체적으로 와닿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됐다.

요약하자면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기에는 너무나 미흡했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도 어설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사기꾼은 영원한 사기꾼이란 말이 국민들 입 밖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이 꺼냈던 얘기들이 많이 실천되고 또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탄식을 멈추고 TV를 껐다. 이 정권 하에서는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든지 아니면 이잡듯이 압수수색을 당한 뒤 구속을 각오하든지 이 두 가지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는 만큼 당장은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수밖에...물론 정말로 잘 해준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쳐줄 준비도 어느 정도 되어 있지만 말이다.

2008. 7. 28. 01:50

나름대로 냉정하게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만큼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묻지마 투표'를 하고 싶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정권의 어이없는 헛발질들에 대해 항의표시를 하고 싶은 욕구는 충만해 있지만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현 정권의 교육정책과 그나마 가장 대척점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다. 굳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진부한 표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무능과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고 시대를 역행하려는 인간들에게 책임있는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제 교육이든 정치든 대부분의 영역에서 검열과 규제, 강압과 통제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모방전략의 효율성과 성과는 이미 누릴만큼 누렸고 지금은 그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고 해야할 일들을 결정한다. 정책입안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현 정권을 이끌어 가는 자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아직도 박정희식으로 연구소 하나 지어 주입식 교육으로 길러진 박사들 모아놓고 닥달하기만 하면 알아서 성과를 내고 막연히 잘 될 거라 믿는 자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얼리 버드(early bird)니 뭐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은 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인 시대라는 점을 그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아직 모방전략이나 일방적인 통제전략이 유효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나 조정 시스템의 틀을 갖춰나가는 데 필요한 과도기적 방편일 뿐이다. 창의성과 독창성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사회적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소통의 채널과 합의의 방식이 일종의 모델처럼 구현되어야 한다. 힘이 있다고 짓누르고 퇴로까지 막아 서로 악에 받혀 물고 쥐어뜯게 만드는 현 정권의 방식으로는 퇴보와 퇴행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는 결국 허황된 말장난에 속아 그 어떤 고민도, 문제의식도 없이 오로지 입신양명, 부귀영화의 길만 보고 평생을 달려온 사람을 최고 국정책임자로 만들어 놓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2008. 7. 22. 15:23

일부에서 박정희는 이미 우상화를 뛰어넘어 신격화되어가고 있다. 천지개명 시대에 참으로 답답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며 극단적인 칭송만을 부르짖거나 일방적인 폄훼만을 꾀하는 자들은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박정희 뿐만 아니라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며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후손들이 역할 모델(role model)을 찾고 삶의 지침을 세우는데 길라잡이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섣부른 막말과 선동은 추방되어야 한다.

2008. 7. 19. 00:24
                  네이버는 (알바들에게) 평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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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클린지수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오르고 내리는지 알 수 없고 또 알고 싶지도 않지만 위 이미지들로 판단컨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클린지수가 높을수록 오히려 이상한 놈들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최근 네이버 일부 뉴스에서 공감수가 가장 높은 댓글들을 읽었는데 거의 독극물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로 악의적인 편견과 시대착오적 선동이 도배되어 있어 댓글을 단 사람들의 다른글보기를 눌러 봤더니 위의 이미지들처럼 하나같이 클린지수가 높았다.

과연 이런 토악질을 수수방관하고 오히려 조장하는 듯 보이는 네이버가 21세기 대한민국의 1등 인터넷 포탈이라는 칭호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을까? 네이버는 평정됐다는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의 유명한 발언과 함께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떠오른다.

2008. 7. 14. 15:29


유가는 왜 계속 상승하는가? 평소 동네 주유소의 휘발유와 등유 가격 외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국제 거래나 금융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한 번 요모조모 따져 보았다. 왜? 여기저기 말도 많고 궁금하니까! 먼저 가격 결정의 첫 번째 핵심 요소인 수요-공급의 측면을 살펴 보고 두 번째로는 선물 거래 등 투기적 요소를 살펴 보자.

우선 논의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국지적 분석과 가공 석유제품을 제외한 전세계 원유(Crude Oil) 수급 현황만 살펴 보자. 아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다. 매우 단순한 표와 그래프다(mb/d = 백만 배럴/하루, 1Q2007 = 2007년 1분기). 쉽게 생각하면서 2007년 수급 상황을 보자. 2분기에만 간신히 수급 균형을 이루고 그외 분기에는 계속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다가 2008년 1분기에는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며 가격 안정을 위해 일단 공급을 늘리고자 한 원유 생산국들과 소비국들의 공동 노력이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OECD 국가들의 비축재고량도 2007년 3분기를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의미있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원유 가격은 여전히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즉 매우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수요-공급의 측면에서는 지금처럼 원유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전세계적으로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원유 비축량이나 석유 보조금 폐지나 고유가로 인한 대체 에너지 사용에 의한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해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나 나이지리아 반군의 사보타지에 의한 원유 공급 차질 등의 공급 측면에서의 위험 요소들을 상쇄적으로 보고 그리 크게 평가하지 않은 결론이다. 그렇다면 역시 달러 약세 탓에 넘쳐나는 국제 유동 자본에 의한 투기적 거래가 계속되는 원유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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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시장에서 이뤄지는 투기적 거래에 대해서도 역시 엄청 단순하게(사실은 잘 모르기 때문에) 풀어 보겠다. 선물 거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위험회피(hedging) 기능이고 초단기부터 초장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이 존재하는 만큼 앞서 장기적으로 전세계적인 수급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평가했던 가격 변동 요소들도 투기 시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금리, 환율, 물가, 경제성장, 정치적 위험 등을 모두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과도한 투기 수요만 줄일 수 있다면 원유값을 반값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식량 및 에너지 투기에 관한 미 하원 소위원회의 조사에서 투기 규제에 관한 필요성을 서면으로 역설한 Masters Capital Management사의 헤지펀드 매니저 Michael W. Masters의 증언만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그는 시장의 투기자들을 전통적 투기자(Traditional Speculator)와 지수 투기자(Index Speculator)로 구분하여 투기에 의한 인위적 가격 상승이 실생활에 미치는 해악을 도외시한 채 매수 포지션(long-position, 가격이 오르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하에 거래하는 것)으로 일관하여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든 말든 자신들의 이익 실현에만 목매다는 지수 투기자들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서면 증언이 5월 20일 미 상원에 제출되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원유 선물 시장에서 3월초 15만 건에 이르던 매수 포지션이 6월에는 94,752건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긴 했으나 투기 규제에 대한 부시정부의 부정적 입장 표시가 뒤따르자 유가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덧붙여 그의 보고서에서 밝혀진 내용은 아니지만 지수 투기자로 분류되는 투기 자금의 대부분은 달러화 약세를 등에 업은 비미국계 자본이며 따라서 규제가 더욱 필요하다는 다소 근거가 박약한 얘기도 들린다. 자세한 내막이나 사실 관계, 거래 관행 등을 알 수 없기에 함부로 그 타당성을 평가하기 힘든 Michael W. Masters의 주장에 많은 미국인들이 솔깃해하는 이유는 현재의 원유나 식량 등 많은 상품 가격의 급등이 비정상적이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며 링크한 글(링크 자료.1)을 읽어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떠도는 조잡한 국제 유가 음모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제 유가의 비정상적 상승의 주된 책임은 중국이나 인도 등의 수요 급등(Michael W. Masters는 수요 급등에 따른 가격 상승은 정상적이지만 올라야 할 가격의 몇 배로 뛰게끔 만든 배후에 지수 투기자들이 있다고 주장한다)에 따른 수급 불균형의 문제 탓이 아니라 미국과 영국의 주요 선물시장에서 활약하는 투기 세력과 그들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며 미루고 있는 미국과 영국 정부에 있다고 본다.


링크 자료.1 Testimony of Michael W. Masters
http://virtualmystic.files.wordpress.com/2008/06/michael-masters-written-testimony.pdf

링크 자료.2
The Petro-Manipulators
http://egan.blogs.nytimes.com/2008/06/25/the-petro-manipulators/index.html?8ty&emc=ty

링크 자료.3
IEA's Oil Market Report
http://omrpublic.iea.org/

참고 자료.4
Speculators badly burnt by soaring oil prices (Financial Times)

2008. 7. 13. 23:12

미디어다음의 뉴스 댓글(네티즌 의견)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미비점만 일단 꼽아 보자면

첫째, 댓글의 검색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댓글 화면 하단 좌측에 제목, 내용, 글쓴이로 검색할 수 있는 검색창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기능이다. 몇 번이고 확인해 봤지만 실제로 검색은 되지 않았다.

둘째, '내가 쓴 댓글 보기'에서 내가 쓴 댓글의 목록의 업데이트가 아예 안되거나 너무 늦다. 심지어 댓글이 지워지거나 신고되지도 않았는데 아예 누락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셋째, 댓글의 게시와 목록의 새로고침 과정이 전반적으로 느리다. 성질 급한 사람은 화가 날 수도 있을 만큼 타 포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

넷째, 뉴스 댓글에서도 추천수가 줄어들 때가 있다. 과거 미디어다음에서 아고라의 추천수 조작 논란에 대해 해명한 적도 있지만 해명처럼 프로그램이나 서버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래는 미비점이라기 보다는 건의사항인데

첫째, 각 댓글 게시자의 아이피를 표시해 달라. 동일한 아이피에서 아이디를 바꿔가며 저질 댓글을 도배하는 사람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추천 기능과 함께 비추천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셋째, 댓글의 제목만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위의 세 가지 건의사항은 경쟁 포탈인 네이버에서는 이미 구현되고 있는 기능들이다. 좀 더 창의적인 건의였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미디어다음을 때때로 방문하는 고객의 몫이 아니라 미디어다음을 매일 지켜보며 일하는 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에 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고민이 필요한 게 아닐까?

2008. 7. 6. 06:17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우리네 삶을 좌우하는 것들에 관한 정당한 토론과 검증, 부당한 억압이나 음모에 대한 저항과 불복종,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여유와 관용, 절박한 생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행동과 실천, 당장 눈앞의 것들보다는 먼 훗날을 널리 내다보는 사색과 성찰, 언제 어디서나 힘과 용기를 주는 희망이란 두 글자...


인간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증오와 저주,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냉소와 패배주의, 인생을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이기심과 무관심, 잠재된 야만의 배설에 불과한 폭력과 과잉된 감정, 누구나 비극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고백하는 무지와 편견, 역사가 되풀이됨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오만과 독선, 낡고 허름한 움막의 안락한 어둠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나약함...

2008. 4. 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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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 삽화도 아니고 거북이, 바위, 소나무, 물, 산 등 십장생 중에서 다섯 가지나 있는 게 십장생도 비슷한데 google.com in English도 같이 바뀐 걸로 보아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것도 아닌 듯 싶다.

저 그림으로 바뀐 건 왜? 그리고 대체 무슨 의미?

2008. 4. 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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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2008.04.08 12:06 조선닷컴에 게시된 조선일보 송xx 기자의 기사이고 아래 사진은 2007.11.17 12:01 다음의 한 블로그에 올라왔던 포스트. 비교하고 말 것도 없이 첫 제목을 빼면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다만 블로그의 포스트도 <펌>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누구의 글인지 밝히고 있지는 않다. 혹시나 송xx 기자께서 옛날에 썼던 글로 다시 우려 먹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무 허락없이 남의 글을 베낀 것이라면 기자의 근본적인 자질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고 또 본인의 글을 재탕한 것이라해도 이미 오래 전부터 온라인 상으로 떠돌던 글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사진까지 그대로 올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왜곡과 기만을 밥먹듯이 한다는 점에서 화장실용 화장지나 다름없는 수준의 조선일보라해도 정치와 무관한 기사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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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7. 14:37
1. 중국 정부는 라싸에 진주한 무장 인민해방군을 즉각 철군시켜라.
1. 중국 정부는 티베트에 대한 인민전쟁 선포를 즉각 철회하라.
1. 중국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과격하게 진압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를 즉각 조사해 엄단하라.
1. 중국 정부는 티베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간섭 및 인권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1.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의 의사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즉각 보장하라.
1. 유엔은 대표단을 보내 티베트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상황 및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중국 정부는 즉각 이에 응하라.
2008. 2. 21. 21:44





일명 '오바마 송'이라고 불리는 'Yes, We Can'의 뮤직비디오와 그 가사이다. will.i.am을 주축으로 스칼렛 요한슨, 카림 압둘 자바, 엔리케 마르시아노 등 30 명 이상의 연예인들이 참여해 뉴햄프셔에서 이뤄진 오바마의 실제 연설 내용을 가사로 삼아 불렀다. 전쟁을 반대하고 번영을 위한 화합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인상적인 노래는 will.i.am이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영감을 받아 48 시간만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will.i.am 같은 이가 바로 'Obamahead(오바마헤드, 버락 오바마 민주당 예비후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을 뜻하는 말, Barackhead라고도 한다)'라는 신조어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예비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연거푸 10연승을 거두며 파죽지세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오바마는 2002년 대선 당시의 노무현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비교적 진보적인 민주당의 후보라는 점, 흑인 혼혈의 소수 집단출신이라는 약점(노무현은 상고 출신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 변호사로서 매우 지적인 달변가이면서도 뛰어난 직관을 바탕으로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 젊고 역동적인 자발적 지지자들이 넘쳐난다는 점, 감성에 대한 호소를 통한 선거전략을 추구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렇다.

'오바마 증후군(Obama Syndrome)', 또는 '무한오바마교(Obamania, Obama Cult)'라고 불릴 정도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오바마헤드들의 오바마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는 아래 소개하는 위젯을 통해서도 그 열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위젯은 워싱턴 포스트의 자회사이자 웹진(webzine)인 Slate에서 제공하는 Baracktannica(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를 본따 지은 이름)라는 위젯으로 오바마에 관한 신조어를 살펴 보거나 추가할 수 있다.

미국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신조어들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정리되는 곳인 http://www.urbandictionary.com 같은 경우에도 'barackool(오바마처럼 쿨한)', 'obamafied(오바마처럼 세련되고 지적이며 온화한 태도를 보이는)', 'obamazon(오바마를 열렬히 지지하는 여성)' 등 오바마에 관한 40개 이상의 조어들이 이미 등록되어 미국 네티즌들의 판정을 받고 있다.

자 그럼 미국은 그렇다치고 우리나라는 어떤가? 과거에는 '노빠, 노짱, 놈현스럽다, 노비어천가' 등의 조어가 유행이었다지만 지금은 '2MB, 땅바기, 명빠, 이메가, MB어천가, MB스럽다, MB노믹스'가 대세일까? 그런데 오바마를 빗대어 만들어지는 미국식 조어에 비해서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2008. 2. 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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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반대 있더라도 대운하는 추진돼야" 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 보다가 재미있는 댓글이 보여 아래에 옮긴다. 허구한 날 빨갱이, 좌파 타령을 하던 한나라당의 이런 언행을 보면 정말 '시대착오적'이라는 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의 자가당착이면 '니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도 이젠 지겨울 정도가 아닌가? 코드 인사의 폐해에 대해 구구절절 잔소리를 늘어놓던 분들이 코드 인사 뺨치는 '몰입' 인사를 저질러 놓고 유능한 분들만 뽑느라 어쩔 수 없었다며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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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대운하가 정말 착공되겠나?'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2MB와 그 주변인들은 이미 정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08. 2. 12. 04:14
블로거뉴스에 올라와 있는 "두잉베스트 그 말 뜻을 아무도 이해 못했습니까?"라는 글을 읽고 술기운을 빌려 몇 자 적어 본다. 우선 2MB 당선인께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직접 소개하시면서 말씀하신 'doing best'라는 표현에 대해서 어색한 표현이네 엉터리 문법이네 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윗글의 내용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대답을 하고 싶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배운 사람치고 말하는 이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한 이도 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윗글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2MB 당선인의 저런 언행에 대해서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과연 단순히 말꼬투리를 잡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도 나름대로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영어를 섞어쓰지 않으려고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우선 대화의 상대방이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실례일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재차 설명해야하는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령 영어에 능숙한 사람과 얘기를 할 때라도 평소에 영어를 그다지 쓸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우리말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을 영어로 말했을 때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해 천박한 과시욕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면 대화의 분위기 자체를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우리말보다는 영어가 더 이해하기 편한 외국인이라든가 교포 2세라든가 하는 경우라면 부담없이 영어를 사용한다. 솔직히 오늘도 술자리에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의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이런 단어들은 마땅한 우리말 순화어를 떠올릴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예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런 단어를 쓰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도 했다.

다시 원래 2MB 당선인의 발언으로 되돌아가 보자. 모 언론에서는 기사를 내면서 'doing best'를 'doing their best'라고 친절히 교정까지 해주었다는데 이건 정말 anti-2MB스러운 짓이 아닐 수 없다. 특정 학연과 특정 지역에 대한 2MB 정권의 '몰입'까지도 '실용주의'와 잘 어울린다며 지난 정권에 대한 언론의 '코드인사 난리 부르스'를 떠올리며 뭔가 미심쩍어 하는 국민들을 대신 나서서 잘 다독거려 주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뭐하러 책잡힐만한 교정을 해주느냔 말이다. '경제적인 영어(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를 구사하는 '실용주의'라고 하면 될 것 아니겠는가? 아니 차라리 교정이 아니라 2MB 정권의 '실용주의'를 앞장서 받들고자 하는 언론의 사명에 발맞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쉬운 우리말로 옮겨주면 그만이다. 그 뜻을 이해하면 됐지, 표현이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doing best'가 어색한 표현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는 'doing best'도 그다지 틀리거나 어색한 표현이 아니라고, 단어 하나 빠진 게 뭐 대수냐고 얼마든지 아량을 베풀 수 있다. 이런 아량은 대번에 그 표현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만은 있다. 2MB 당선인이 저런 '실용 영어'를 대체 어떤 상황에서 구사했는가에 대한 불만이다.

가령 '오렌지'를 '오륀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프렌들리'를 '후렌들리'라고 부르지 못하여 가슴에 한이 맺힌 듯한 이경숙 위원장이나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내정자와 사사로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저런 표현을 썼다면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말이 어색해도 이심전심으로 서로 뜻이 절로 통할 것이니 상상만 해도 얼마나 정겨운 광경인가! 하지만 2MB 당선인께서 'best of best', 'doing best'라는 'Survival English'를 구사한 곳은 언론을 통해 비서관 내정자들을 국민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자리였다. 즉 2MB 당선인의 말을 직접 듣는 사람들은 유식한 기자들이었지만 그 뜻이 궁극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대상은 국민들이었다는 말이다. 물론 위에 인용한 블로거뉴스 제목대로 '진짜 아무도 이해 못했습니까?'라고 자신있게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그런 것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한 번 물어보자.
 
'그런 걸 이해 못하면 국민도 아닙니까?'
 
'자식들 위해 촌에서 농사나 짓고 새벽같이 바다에 나가 고기나 잡느라 제대로 학교도 못 다니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통령 당선인께서 쉽게 얘기를 해주시면 안되는 겁니까?'

저렇게 얘기를 하면 일단 화부터 나겠지만 조금 더 냉정해지자. 많은 언론 기자들이 모인 공개석상(on the record)에서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굳이 영어를 쓴 것은 이경숙씨와 이주호씨에 대한 2MB 당선인만의 신뢰의 표현이였으리라.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자신의 불도저식 의지를 나타내고자 함이리라. 이게 바로 CEO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민 길들이기 방식이리라. 어떻게든 공천을 받거나 한자리씩 해보겠다는 기자들이 길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언론에서 꽹과리만 좀 울려주면 그만이리라.

작년 프랑스에서는 '사르코, 어메리칸(미국인 사르코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친미주의적 성향이 매우 노골적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되어 부시 대통령의 사저인 텍사스의 크로포드 목장으로 초대를 받았었다. 과거 부시 정권의 맹방인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크로포드 목장에 초대를 받았을 때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초대를 받지 못한 것을 견주어 한미관계에 적신호가 울렸다는 정신나간 언론 보도가 있었을 만큼 이 크로포드 목장 초대는 부시 정권에 대한 우방국의 충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이용된다. '미국인 사르코지'라는 별명에서 이미 감을 잡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영어에 대단히 능통하여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사적인 비공개 대화(off the record)에서는 영어로 그 친교를 다지는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머지 않아 부시 대통령에게 초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MB 당선인께 나는 권고한다. 2MB님의 그 영어, 제발 크로포드 목장에나 가서 쓰시라고 말이다!

(이미지 설명 : 크로포드 목장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 I will doing best."라는 말을 건네며 파안대소하는 2MB 대통령, 이미지는 알아서 그냥 상상하시라.)

2008. 1. 30. 04:43

타이페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타오위안(桃園)군의 한 초등학교에 영어 몰입교육을 위한 대만 최초의 영어 마을이 개설됐다고 합니다. 이 마을의 특이한 점은 바로 우리나라의 영어 마을을 본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BBC에서는 '행복한 영어 마을(Happy English Villag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의 원장 Morgan Sun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10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들의 영어 실력은 일본인들처럼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많은 영어 마을들이 개설되어 있었고 한국 청소년들의 영어 실력은 대만보다 훨씬 나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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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항공사가 기증하여 활용되고 있는 실제 비행기 동체 사진


King Car라는 비영리교육재단이 약 10억원의 돈을 투자하여 타오위안군과 공동운영하는 이 영어 마을에서는 24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원어민들이 총 120명 정도의 입소 인원을 원어민 1인당 12명씩 나눠 맡아 강의나 쓰기 평가 등은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말하기에만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현재 대만의 다른 지방 자치단체들 중 많은 수가 우리나라의 영어마을과 흡사한 영어마을을 구상 중이라고 하는데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며 지자체 재정에 압박을 가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영어마을의 실태를 제대로 알고 따라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관련 링크.1  데일리안 기사: '대만, 경기 영어마을 주목'
관련 링크.2  BBC 기사(영문): 'English Village' opens in Taiwan
관련 링크.3  Happy English Village(快樂英語村) 홈페이지(중문, 영문): 'Happy English Village'

참고로 이 글은 대만의 어리석은 한국식 영어마을 따라하기가 나팔수들에 의해 과대포장되어 인수위의 광적인 영어집착을 정당화시키거나 영어 몰입교육 찬양을 위한 좋은 근거로 호도되는 것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2008. 1. 28. 08:17
오늘자 중앙일보 관련 기사

아침부터 이런 어이없는 기사를 보니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다. 억지스러운 대운하부터 시작해서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다. 조기유학 못 보내고 비싼 사교육 마음 편히 못 시키는 부모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려고 아주 작정을 한 듯하다. 아니 진정 국가 경쟁력 강화를 바란다면 왜 영어 교육요원 제도만 구상하고 수학, 과학, 예술 교육요원 제도는 구상하지 못하나?

영어 몰입교육에 관한 마무리 포스트는 천천히 더 정리해서 쓸 생각이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히기 위해서라도 교육과 국가 경쟁력에 관해서는 한마디하고 넘어가야겠다.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쟁력에만 눈이 멀어 교육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다른 가치들을 무시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고 양자를 병행하여 추구하는 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선진화된 교육 정책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어떻게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얘기가 옆길로 새나갈 것이라 보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만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키워드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바로 창의성과 그것을 실현해내는 힘이다. 즉 창의성을 바탕으로 그 위에 추상적, 논리적 사고력을 다지고 거기에 다시 꾸준한 연구개발 노력이 더해져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발전시켰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국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학교 교육과 연계시켜 말하자면 장차 우리나라 교육의 중점은 영어가 아니라 예술과 인문학 그리고 수학, 과학에 둬야 한다는 말이 된다.
 
기능주의적 관점(각종 정보를 습득하는 매개언어로서의 영어)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회화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2MB 정부의 천박한 영어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비속하고 남루한 일상의 회화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어떻게 영자신문을 읽고 또 어떻게 전공서적을 읽어내겠느냐는 말이다.

덧붙여 상식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설익은 이런 정책들이 남발되는 것도 문제지만 쉽게 말을 뒤집으면서 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인수위의 오만한 태도도 매우 불만이다. 인수위 브리핑 때 해명을 하면서 걸핏하면 '국민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운운하는데 대체 뭐가 오해고 또 어떻게 해야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나? 응?

2008. 1. 27. 14:41

지난 대선에서 2MB이 당선되었을 때 경제에 대한 전국민적 열망이 다른 모든 것들을 압도한 결과라고 규정 지은 적이 있다. 또 2MB의 승리는 이념 갈등이나 과거사 청산과 같은 당위적 주장들에 염증을 내던 국민들의 마음을 잘 파고든 실용주의 노선의 승리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이런 얘기들이 나올라치면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형편이지만 2MB식 실용주의를 소박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포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2MB 실용주의의 이면에는 저급하게 이데올로기화된 힘의 논리가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용주의'로 포장된 저급한 '힘의 논리'란 다름이 아니라 힘 자체를 하나의 이데올로기적(이데아적) 징표로 여기는 경향을 일컫는다. 즉 힘을 지고지선한 대상으로 바라보고 숭앙하며 힘 자체에서 모든 가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는 세태가 배어있다는 뜻이다.

'자본=힘'의 등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미를 띄게 된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의 시민들에게는 천형과도 같은 멍에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선이 끝난 후 조그맣게 메아리치다가 사라진 배금주의(mammonism)와 물신주의(fetishism)에 대한 냉소도 '목적=힘=자본=경제'의 거친 등식을 위해서라면 수단이나 절차는 무시해도 좋다는 '힘의 논리'를 우려한 자성의 목소리였을 게다.

주의할 점은 이 '힘의 논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힘의 논리'가 '힘'을 얻는 것은 대중들에게 투영된 현실(비록 동원된 각종 상징들과 선전 선동에 의해 조작된 현실이라는 측면도 존재하지만)의 응당한 산물이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바람직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컨대 수단과 절차를 무시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소기의 성과를 일궈내는 한편 유신을 추진했던 박정희식 개발 독재나 흑묘백묘론을 통해 중국을 개방과 개혁으로 이끌어내는 한편 천안문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했던 덩샤오핑식 사회주의 독재가 바로 그런 예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례들을 열거하며 우리가 본받고 뒤따라야할 비전으로 제시한다면 이것은 과거로 퇴행하자는 얘기와 다름이 없다. '수단과 절차를 무시한', '독재'라는 용어의 사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러한 '힘의 논리'는 민주주의 원칙과 배치될 때가 많다. '힘의 논리'를 이데올로기화시키면('자본의 논리'에 지나치게 경도되면) '잘 먹고 잘 살자는 데 왜 그리 융통성이 없느냐 또는 왜 그리 공허한 당위를 들먹이며 딴죽을 거느냐'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지배적으로 자리잡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럴 때 우리는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지킬 것은 지켜 가면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말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꿈꾸던 선진국이며 얼키고 설킨 분열과 갈등의 양상을 통합하고 조정해나가면서 동시에 이용후생(利用厚生)을 도모하는 진정한 21세기형 실용주의 리더쉽이다.

자 이제 다시 영어 몰입교육에 관한 논의로 돌아와 보자. 앞서 이 '힘의 논리'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시킬 때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원칙 뿐만 아니라 '힘의 논리'가 배제되어야 할 곳은 또 있다. 바로 교육의 장이다. 공리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교육을 통해 비반항적이며 효율적인 톱니바퀴형 인간을 양산하는 것을 꿈꾸던 사상가나 자본가들이 대종을 이루던 시절이나 사회가 존재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이런 식의 공리주의는 흥정이나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측량할 수 있는 효용이나 이득이라는 관점으로 치환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의 원리가 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널리 퍼지고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어설프게나마 시도됐던 그런 소수의 반란은 전인교육이라는 그리스적 이상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힘의 논리를 통한 호소나 드라이브(추진력)는 분명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고 원칙을 따져 적용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진정한 융통성이며 실용주의다. 힘의 논리에, 자본의 논리에 함몰되어 다른 가치들에 대한 시선을 거두게 되면 교조주의나 별반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2MB의 영어 몰입교육 정책은 영어교육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함께 힘의 논리의 무분별하고도 몰지각한 확장을 보여준다. 마치 영어교육의 목표가, 아니 교육의 목표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에만 있다는 듯 올인해야(모든 걸 다 걸어야) 한다는 맥락밖에는 엿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영어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의 원인에 대한 처방이 판이하게 다를 뿐이다. 필자는 영어교육, 영어에 대해 방법론적인 차원에서의 검토가 아닌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인식의 일대 전환, 즉 영어에 대한(서구에 대한, 미국 국적의 중산층 백인에 대한) 기존의(일본식의) 미신과 환상을 깨뜨리며 병든 노예근성을 탈피해 건강한 자유정신으로 성장하는 혁명적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2008. 1. 27. 07:52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했다는 '영어 몰입교육' 도입 정책이 온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자세한 내용이나 정책의 구체적 목표, 배경 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엘 가보았으나 관련 자료를 전혀 찾지 못하겠기에 그저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만을 토대로 술자리에서 오고 갔던 얘기들을 남은 술기운을 빌어 여기 적어 본다. 실제로 시행될 새 정부의 교육 정책으로서 어떤 현실적인 고려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가의 문제, 즉 선생이 있느니 없느니 또는 2년 내에 되니 안 되니, 아니면 사교육이 정말 줄어들까 말까 하는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포스트들이 다루고 있으므로 한국에서의 영어, 그 자체에 대해서 서투르지만 몇 줄 적어 볼까 한다.

우선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영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와 사례들을 열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의 지나친 영어 열풍이 사회적 병리현상의 일종이라는 지적에도 쉽게 수긍하는 것 같다. 편의점 알바를 뽑는 데도 토익 성적을 따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어떤 직업을 갖든지 간에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드러낼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불안과 우려의 심리가 만연한 반면 영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따낸 사람들도 취직 이후엔 가끔 잘난 체 하는 용도로 쓰는 것 외엔 정작 생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용도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영어에 대해 실질보다 지나친 가치가 부여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형편없이 부족한 지경인데 영어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다니 대체 무슨 말이냐라고 반론을 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사람들이 드는 예들을 보면 대개는 '외국인 관광객이 와서 시내에서 택시를 탔는데 말 한마디도 똑바로 못하고 못 알아듣더라, 이게 바로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현주소다.' 라거나 '대학의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Here or to go?(여기서 드실 건가요 아니면 갖고 가실 건가요?)라는 말 한마디를 못 알아들어서 Excuse me?(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실래요?)를 대여섯 번씩 반복해야 했다더라, 이 얼마나 엉터리 영어교육이냐.'라는 식이다.

이런 사례들은 일견 일리있게 들릴 수 있지만 실은 명백히 잘못된 지적이다. 어떤 분야든 손만 댔다하면 뛰어난 두각을 보이는 한국 사람들이 왜 영어만은 그렇게 엄청난 공과 노력을 들이는 데도 이렇게도 못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먹고 사는데 영어가 실제로 필요하거나 영어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그런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예컨대 이태원이나 동대문 상인들을 떠올려 보자. 많은 외국인들을 접하면서 물건을 팔기 위해 당장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 사람들은 제대로 영어 교육을 못 받은 이들이 많지만 자신들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의사 소통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심지어 영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까지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물론 거래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그렇기 때문에 앞의 햄버거 가게 사례는 FOB(Fresh Off the Boat, 외국에서 갓 건너온 사람에 대해 발음 등이 이상하다며 미국인들이 얕잡아 이르는 말) 주제에 겨우 햄버거 가게 점원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고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탓하며 'Pardon me?'나 'Excuse me?'만 반복하며 허세를 부릴 것이 아니라 'Please speak slowly, so that I can get you right(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말해 주세요)'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을 깨닫지 못한 것이며 택시 기사의 사례도 인천 국제공항에서 외국인만을 주로 상대하는 택시 기사들은 초짜가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 자신들의 영업에 필요한 영어나 일본어 만큼은 가능할 테지만 그들과는 달리 일 년에 외국인 한 번 태울까 말까 하는 택시 기사들한테는 영어구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점을 알지 못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택시 기사들 같은 경우는 가령 그분들을 한 달 동안 가둬놓고 2MB식 '영어 몰입교육'을 시킨다 해도 외국인 태울 기회가 없어서 안 쓰면 금방 잊어버리는 게 또 정상이다. 그게 바로 언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답을 두고도 본말을 전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관광을 예로 들어 보자. 위에서 택시 기사의 사례도 언급했지만 영어가 안 통하기 때문에 영어권에서 관광 오기를 꺼려한다는 주장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영어가 더 잘 통하는 필리핀은 영어권 관광객이 영어 때문에 훨씬 많이 찾아 오나? 우리나라보다 영어가 더 안 통하는 일본은 영어 때문에 영어권 관광객이 훨씬 더 적나? 아예 싱가포르나 홍콩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나라 영어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사람들은 영어가 네 가지 공용 언어(중국어, 영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의 하나인 싱가포르는 영어가 공용어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드는 국제 무역허브로서 큰 장점을 갖고 있고 마찬가지로 홍콩도 비슷한 이유로 국제 금융, 무역허브로서 기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게 정말 영어 때문인가? 아니 영어가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는가? 그렇게 따진다면 서울과 비슷한 환경을 갖춘 도쿄는 어떤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도쿄도 영어 때문, 아니 영어가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어는 그저 다른 주된 요소에 옵션(선택사항)으로 따라붙은 하나의 어드밴티지(장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하는 이유이다.

서론이 길어지는데 본론은 일단 한숨 자고 다음 글에서 술 좀 깨면 다루겠다.

2008. 1. 21. 03:17


'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포퓰리즘 정치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의 전대통령 후안 도밍고 페론의 부인인 에비타 페론(에바 페론)의 생애를 그려낸 브로드웨이 뮤지컬 에비타(1978)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곡이다. 2차 대전 기간 중 유럽에 엄청난 수출을 함으로써 아르헨티나가 벌어들였던 막대한 돈을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으로 모두 탕진하다시피했던 페론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민주의라는 미명 하에 도시 빈민과 농민 등 서민들의 환심을 산 대가로 나라의 성장 동력을 뿌리채 뽑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때는 아르헨티나가 세계 4대 부국으로까지 불렸음에도 지금은 그런 사실을 떠올리기조차 힘든 이유이다.

며칠 전 미국의 뉴욕타임스에는 'Don't cry for me, America'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권위있는 경제학자로서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유명한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의 칼럼이다. 칼럼의 첫머리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다시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다시 아르헨티나, 그리고 이제는 미국."이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갈 길이 멀기만 한 아르헨티나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부터 섬뜩하지만 내용은 더 노골적이다. 주택담보대출 거품과 신용 거품이 복합적으로 경제를 압박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미국의 처지가 위에서 열거한 제3세계 국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뭐 있냐는 식이다.
 
그는 또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쪽보다는 빌려주는 쪽이 훨씬 자연스러울텐데 왜 지금 미국은 엄청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인가?"라며 FRB의장에 취임하기 전인 2005년 초에 버냉키 현 의장이 연설했던 내용을 인용하여 미국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는 서브 프라임 사태로 대변되는 거품의 근본적 원인을 1997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을 압박했던 외환위기에서 찾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공업국들에 대한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자 갈 곳을 찾지 못하던 국제금융자본들이 방향을 미국으로 틀게 되고 미국은 갑자기 몰려든 잉여자금들을 거품없이 수용할만한 정교한 금융규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거품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당시 이런 현상에 대해 '국제적 자금 공급 과잉상태'라고 진단은 제대로 내렸지만 갈 곳 잃은 자금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자 이는 미국 금융시장의 정교함(sophistication)과 깊이 때문이라며 궤변(sophistry)을 내놓아 거품에 대한 오판의 빌미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크루그만 교수는 지적한다.

따라서 앞서 그가 밝힌 바대로 거품 붕괴로 인해 미국이 원래 겪어야 할 경기후퇴의 양상은 제3세계 국가들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야 정상이지만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갖는 이익으로 인해 미국의 경기후퇴에 따른 고통을 엄청난 달러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전세계 국가들이 분담하는 꼴이라고 설명한다.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서브 프라임 사태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낮은 이자율로 주택 담보 대출의 팽창을 부추긴 FRB의 정책 실패가 거품을 불러왔다고 하지만 당시 이자율이 낮은 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며 오히려 FRB와 부시정권이 시장 자율만 맹목적으로 부르짖다가 은행에 대한 규제 방법의 개선 등 그동안 미국의 금융시장을 보호하고 지탱해 주었던 틀 자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할 만큼 시장이 과열되어가는데에 대한 성숙한 감독을 경주하지 못한 것이 원죄라고 한다.

어쨌든 미국의 경기 후퇴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하는데 그 경기 후퇴를 불러올 근본 원인이 소위 말하는 'IMF 사태'이고 또 그 IMF 사태 때 많은 고통을 겪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달러와 달러 표시 채권을 많이 보유해 주고 있는 덕분에 미국의 거품 관리 소홀 또는 무능으로 인한 경기 후퇴 고통까지 분담해 주는 셈이라고 하니 자본의 흐름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일탈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불행을 야기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1 'Don't cry for me, America(2008.01.18.)'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함.
참고.2  달러화의 위험에 대한 참고글

2008. 1. 16. 05:38


정권 초기까지는 소위 노빠'였던' 어떤 분을 만나고 왔다. 모처럼 마련된 술자리에서 정치를 화제로 서로 목청을 높이다가 분위기를 망치는 일도 종종 있다지만 집권 세력의 속사정에 대해 일반인들보다는 더 많이 아는 분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 만큼 정치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그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차라리 2MB'의 심정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을 인의 장막처럼 에워싸고 있는 '친노세력'에 대한 불신과 속상함이 너무 컸던 탓이다. 원래는 다양한 분포를 이뤘던 노빠들 사이에서 유치하고 속물적인 권력투쟁이 계속 되면서 유능한 인사들은 대부분 내쳐지고 무능하고 고집스러운 인사들 위주로 '친노세력'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채 남게 되었다는 한탄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술기운 때문에 약간 거칠어진 그의 표현에 따르면 착하지만 자신들보다 불쌍한 이들에게만 착하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지만 자신들보다 못난 이들에게만 열린 마음인 이 친노세력의 핵심들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남은 나름대로 똑똑한 인사는 젠 체는 잘 하면서도 파워게임의 측면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어 무식한 자들에게 쉽게 휘둘리거나 농락당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무능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친노세력은 자신들의 무능으로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김진표씨와 같은 테크노크랏(technocrat)들을 브레인으로 영입하는데 이 테크노크랏들은 정책 입안이나 결정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들의 판단에 의지하려 드는 친노세력을 직접 접하면서 속으로 그들을 업신여기게 되고 또 이들을 통해 '친노=무능'의 등식이 최초로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친노=무능'이란 저주는 노대통령과 그의 지지세력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일부 언론들 및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통해 대통령의 이미지와 맞물려 확대 재생산되면서 친노세력에게 문제의식을 갖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문제의식 또한 매우 단천(短淺)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던 친노세력은 이런 업신여김의 화살이 앞뒤에서 쏟아지자 그나마 정렬하고 있던 오합지졸의 대열이 무너지며 일부는 재벌과 결탁하여 손과 머리를 빌리는 방식으로 자존심을 회복하려 하거나 일부는 동업자 눈치보기식의 도덕적 해이와 불감증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이는 실제로 무능했던 친노세력의 브레이크 없는 무모한 질주를 누구 하나 나서서 막지 못했던 열린우리당 세력들의 비겁함과 손발이 맞아 떨어지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집권세력의 비참한 몰락 과정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논어의 공자님 말씀을 인용하며 '집권' 친노세력을 비판하였는데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이르기를 어짐(仁)을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愚)이고, 알기(知)를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잘난 척하기(蕩)이고, 믿음(信)을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을 해치게(賊) 되고, 곧음(直)을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을 숨막히게 함(絞)이고, 용기(勇)를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난폭해짐(亂)이고, 굳세기(剛)를 좋아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이 광기(狂)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무능한 것은 죄가 아니지만 무능하고 고집이 쌔면 주변에 피해를 주게 되고 무능하고 고집이 쌘 사람이 성실하기까지 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도 했다.

함께 뜻을 같이했던 동지들에게까지 외면당하면서도 끝까지 비뚤어진 자의식을 노출시키며 오기와 고집으로 일관하여 결국은 호랑이 목구멍에 나라를 공짜로 털어넣은 결과를 초래한 386들 중에 아직까지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결국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깨닫지 못하는 그들의 무지와 무능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머리와 가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모두 '큰 언덕'에 올라 몸이라도 내던질 일이다.

2008. 1. 6. 15:00
만약 특정 신문이 원조 보수의 나팔수를 자처하며 극우적 색채의 논조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나라라면 각각의 목소리를 가진 국민들의 다양함을 반영하는 언론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사회적이거나 반국가적인 이념을 표방하지 않는 한 다원화된 사회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언론의 탈을 쓴 채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불공정함을 공정함으로 위장하고, 자신들을 배려해 준 민주주의의 다원주의적 관대함을 망각한 채 오히려 경직되고 일방적인 사상적 재단을 강요하고, 온갖 협잡과 왜곡을 동원해서라도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려하는 등 마치 하나의 권력집단처럼 군림하는 기형적 행태를 보인다면 이미 그때는 언론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이상은 조선일보라는 신문사에 대해 필자가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내린 단순한 결론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런 류의 비판의 글은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지만 조선일보가 이런 비판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도 어떻게 구독률 1위를 자랑하며 살아남고 있는지에 대해서 철저히 해부한 글이나 비결의 분석을 시도한 글은 별로 보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인터넷의 넷심만 보고 당락을 결정했더라면 도저히 현 2MB 당선자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넷심과 실제 여론의 온도차, 즉 인터넷과 현실과의 괴리가 조선일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까? 아무튼 조선일보 구독자들의 조선일보에 대한 충성도 만큼은 대단하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충성도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가끔 조선일보에 대한 공방이 오갈 때 흔히 거론되는 조선일보의 장점으로는 기사의 내용이 풍부하고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등 기사의 질이 전반적으로 알차고 양호하다, 편집이나 레이아웃 등이 보기 편하게 꾸며져 있으며 재미있는 기삿거리를 잘 기획, 발굴한다 등이 꼽힌다. 또 이런 기사나 편집 부분에서의 장점 이외에도 공격적인 영업 방침과 적극적으로 지면을 영향력 있는 각계의 리더들에게 할애함으로써 만들어낸 다양한 인맥의 활용 등도 성공신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숱한 경쟁자들의 도전과 자신들의 편파 보도가 불러온 수많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한 설명으로는 여전히 미흡하게만 느껴진다.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조선일보는 70년대까지만 해도 동아, 경향에 이어 3위 정도의 순위였으나 5공화국을 거치면서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등이 휘청거릴 때 자사 기자 출신의 악명높은 허문도씨와 후일 노태우정권과 문민정부 탄생에 기여하면서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김윤환씨 등의 지원에 힘입어 단숨에 1위로 올라선 이후 줄곧 수성에 성공하고 있다.

정치라는 거울만을 통해 보면 군사정권들 및 문민정부 하에서의 조선일보의 생존전략은 한마디로 인맥을 통한 정권과의 공생관계였다고 할 수 있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는 선명한 우파의 기치를 내걸고 정권에 대한 정치적 반대파들의 구심점 역할을 떠맡아 정권과 대립하면서 자연스레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을 결집시켜 지지자들 및 구독자들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2MB 정부에서는 다시 정부와 손발을 맞추며 음양으로 지원해주는 정권의 핵심을 등에 업고 폐지될 국정홍보처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더욱 기세등등하게 생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올로기와 관련한 조선일보의 참고할 만한 호객행위로는 보수나 진보로 분류하기 힘든 중도 성향의 시민들에게 저급한 내쇼날리즘에 알랑거리는 기사를 빈번히 기획, 노출시키는 행태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조선일보가 민족이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유발시키면서 조선일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기사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고 일반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중국, 우슈는 파리 날리고 태권도는 문전성시'와 같은 기사) (주소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04/2008010401127.html )

또 앞서 조선일보의 장점으로 내용이 알차다고 옮기기는 하였으나 실제 깊이와 알차기로 따지자면 차라리 한겨레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겨레는 아카데미즘의 함정에 빠져서 대중에 입맛에 맞추지 못하고 재미없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고 조선일보는 대중의 욕구와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트렌드를 읽어내고 설명해주는 것에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중이 지식에 대하여 어떤 욕구를 보이는 것을 두고 오해해서는 안되는게 대다수는 골치아픈 지식의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권위와 활용할 수 있는 현학만을 원하며 또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여기서도 포인트는 알랑거림, 즉 대중의 비위를 맞추며 영합하는 조선일보의 탁월한 능력이다. 결국 언론의 사명을 저버리고 왜곡과 편당을 일삼는 조선일보가 우리나라 언론을 대표하는 1인자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문화권력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이념적 그물을 기반으로한 현란한 편가르기와 능수능란한 양떼몰이 기술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오롯이 전달하기보다는 단순한 팩트를 과장된 암시로 포장하여 증폭시켜 전달하면서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뛰어난 수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2008. 1. 2. 20:16
이번 18대 총선은 4월 9일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법정선거운동기간이 선거일을 제외하고 13일인 점을 감안할 때 3월 27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셈이다.

아직은 대다수의 정치분석가들이 이렇다할 전망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많은 이들은 한나라당이 승리하리라는 예감 하에 올해를 설계하고 있다. 머지 않아 쏟아져 나올 총선 전망들에는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여러 가지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겠지만 여기에 적는 이 글에는 근거라고 할만한 특별한 내용도 없고 그저 내 눈에 비치는 사람들의 심리와 말 그대로 단순한 예감을 바탕으로 적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낚싯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

18대 총선을 지배할 투표심리의 가장 큰 요소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을 때와 동일하다. 즉 커다란 변수가 없는 한 이명박 정권이 마음껏 정책을 펼칠 기회를 한 번은 주겠다는 심리가 투표 행태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예상되는 선거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나라당 압승, 창조한국당 약진, 통합신당 몰락, 민노당 후퇴, 민주당 궤멸에 이회창 신당의 바람은 미풍에 그칠 것이다.

이런 예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각 당의 해법은 한나라당은 포퓰리즘, 창조한국당은 친노세력 흡수, 민노당은 수정주의, 이회창 신당은 한나라당을 돕겠다는 캠페인이고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답이 없다. 설명을 조금 보태자면 포퓰리즘은 단기간에 큰 효과를 내는 마약과도 같아서 나중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차피 승리가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욕심을 조금 줄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창조한국당은 지금의 어정쩡한 이미지를 보다 또렷하고 분명한 이미지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 분당설이 나돌고 있는 민노당은 현실이냐 원칙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통합신당은 강금실 등 그나마 아직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은 브랜드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으로 변화의 인상을 주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할 것이다. 이회창 신당은 한나라당에 적극 협조하면서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가면 채찍질을 하겠다는 주장만이 꽤 쓸만할 것이다. 민주당은 역시 답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예측은 전적으로 주관적이며 아무 근거도 없다. 각 지역구 별로 특수한 상황이나 이슈, 특히 각 당에서 어떤 인물을 공천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도 전혀 참작되지 않은 순전히 정파별 전략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예측결과가 지극히 실망스러운 사람들에게는 2010년 지방 선거에서는 다시 여당이 참패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써 위안을 드리고 싶다.

2007. 12. 30. 21:02

'~하는 동안 노무현은 뭘 했나?'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노무현 정권 내내 유행했던 위의 댓글을 최초로 썼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저런 덧글을 처음 달고 몇 개월 후에야 비로소 네이버 뉴스 기사 등의 댓글에서 놀이처럼 유행하는 모습을 드문드문 보기 시작했으니 썩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내가 저런 댓글을 처음 달았던 이유는 순전히 언론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우스갯거리로 만들지 않으면 입에 가시라도 돋힐 듯 지독하게 '까대는' 일부 언론들에 대한 조소의 의미를 담아 정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전혀 엉뚱한 기사에다가 '아예 이것도 노무현 탓이라고 해 보지 그래?'라는 뜻으로 댓글을 달았었다.
 
그런데 이 댓글이 애초의 내 의도와는 정반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의해 무능력한 정권을 냉소적으로 표현하는 의미로 유행이 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대체 이들의 유머감각은 어떻게 꼬여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며 허탈하게 웃고 말았던 것이다.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얼마 전부터 다음과 네이버 등 포탈이나 여러 게시판에 등장하기 시작한 댓글이다. 언뜻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 댓글은 오히려 클린턴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그 구호와는 대척점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즉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여러가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에 대한 냉소를 보내는 의미라고 보고 저 말에 감춰진 행간의 뜻을 풀어 쓴다면 '멍청이들아, 경제가 다냐(Nuts, you still believe money talks?)' 또는 '아무리 경제가 중요해도 그렇지, 다른 건 눈에 뵈지도 않더냐?'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이 실제로 여러 국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댓글이 갖고 있는 냉소적 의미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이 댓글이 계속해서 즐길만한 놀이로서의 단순함과 재미를 갖추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명박 정권이 내놓을 성과와 국민들의 체감도에 따라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이명박 정권의 무능력을 비꼬는 비아냥으로 둔갑하여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명박 당선자가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자신의 비관론을 설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생각은 글쎄?

"이게 무슨 의미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못 살리면 각오해야 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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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30. 00:44

- 토씨님 포스트(http://kimjongbae.tistory.com/entry/박근혜의-세-가지-부탁…경고인가)에 달았던 댓글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당선자에게 한 표를 행사하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이명박 당선자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좋은 성과를 올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내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으며 발목을 잡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비아냥대며 딴지를 걸어 김빼기 일쑤였던 특정 당파나 그 지지자들의 행태를 생각하자면 비슷한 유혹에 빠지기 쉬울 수도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그런 소모적인 어리석음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말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도 살리고 정치도 발전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100분 토론의 패널로 나오셨던 명지대의 모 교수님께서 진정한 민주주의란 두 번의 정권교체를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말로만 공동체의 이익을 떠들며 서로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와 인식을 바탕으로 소박하고 거칠게만 전개되던 권력투쟁의 장이 정권교체라는 일종의 강요라고도 볼 수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역지사지를 통해 더욱 세련되고 정교한 곳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쉽게 수긍이 가는 이유가 그분이 인용한 그 말에도 분명히 역사적 경험과 통찰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치판이야 정권을 잡고 있다가 패배해 빼앗긴 쪽은 처절한 반성이 없으면 다시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같고 승리한 쪽도 승리에 도취해 여유를 부리다가는 언제든 다시 빼앗길 것이라는 경계심을 여간해서는 풀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에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문제는 아무래도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퇴행적이고 소모적 정쟁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들 중에는 정치판, 아니 권력투쟁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듯 이리저리 싸움거리를 만들어내며 마치 투전판의 거간꾼이나 시누이와 올케 사이를 이간질하는 시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는 일부 언론들의 왜곡과 불공정성, 그리고 그들의 권력지향형 행태 탓도 크다는 말입니다.

대체 왜 그들은 국민을 위해 미래지향적 어젠다를 설정하고 분쟁보다는 화합과 타협의 절충점을 이끌어내려고 하기 보다는 매사에 감정을 먼저 앞세우고 마치 권력투쟁의 당사자처럼 파워게임이나 그런 파워게임의 나팔수 역할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일까요? 대체 언론의 책임있는 일꾼들은 무슨 영광을 바라며 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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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특이하게 여겨진 부분은 이명박, 정동영도 이회창, 문국현도 아닌 허경영 후보에 관한 관심이었다. 아이큐 430의 자칭 천재 정치인이자 신혼 부부 1억 지급, 자녀 1명당 3천만원 지급, 정당 폐지, 국회의원 축소 등의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허경영 후보는 기왕의 대선 같았으면 여지없이 한갖 개그맨 정도로 치부되고 말았을 그런 후보임에도 이번 대선에서는 상당히 선전을 벌였다는 느낌이다. 물론 웬만큼 양식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스갯거리로 거론되었을 뿐이지만 과거 대선에 비해 분명히 어느 정도 국민들의 마음속을 파고 들어간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개표결과를 들여다 봐도 9만 6천여표(0.4%)나 얻은 허후보는 16만여표(0.7%)를 얻은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도 비교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파퓰리즘이라고 부르는 것도 황송할 만큼, 우스운 공약들이 현실에서 이뤄지기를 일순간이나마 바랐던 이들이 의외로 상당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협소하고 단편적인 일개인의 경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허경영 후보가 일부 국민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어떤 의미에서의 주목을 받은 것 만큼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가 확인된 이 시점에서 허경영 후보에게 단 1분이라도 백일몽처럼 잠시나마 마음을 빼앗겼던 국민들의 표심을 되짚어 보건대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도덕보다는 경제를 선택한 결과라는 여러 매체들의 뻔한 분석에 한마디 첨언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아이큐 430의 대통령후보가 1억씩 또는 몇천만원씩 나눠준다는 저 엉터리 공약들에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솔깃해할 만큼 경제적 사정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심정이 절박하고 절실했기에 국민들은 온갖 거짓말과 변명에 애써 속아주고 눈감아주면서까지 이명박 후보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노무현 정권 내내 계속된 실업과 양극화의 찬바람이 만들어낸 서민들 마음속 공동(空洞)의 골이 그만큼 깊고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저지른 온갖 편법과 부정을 때로는 변명과 거짓말로, 때로는 후안무치한 정면돌파를 통해 얼렁뚱땅 넘어감에도 여론조사에서 엄청난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을 두고 여권 관계자들이 국민이 미쳤다는 둥 갈팡질팡하며 전혀 이해를 못했던 것은 부와 양심의 대결(다른 말로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결이라고나 할까?)이라는 전통적 구도가 이미 붕괴되었음을 알지 못했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으며 정권 말기 연이어 터진 권력형 비리사건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식을 부채질하면서 여권의 전통적인 도덕적 우위를 빛바래게 만들었던 일도 서민들의 양극화, 실업 등 경제적 사정 악화에 따른 민심 이반과 함께 기존 구도 붕괴에 치명적이었다. 결국 그렇다면 정동영 후보가 사퇴하고 문국현의 반부패연합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07. 12. 16. 23:07
BBK 논란과 관련하여 얼키고 설킨 여러가지 주장들이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명박 후보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과 그 거짓말 솜씨가 타고났다는 점이다.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은 능청스러운 연기를 발판삼아 자신의 거짓말을 성공시키지만 타고난 거짓말장이들은 아예 순간적으로 자기자신을 속임으로써 정상적인 판단의 메커니즘을 일시적 마비상태에 빠지게 한다. 즉 거짓말하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착각하면서 말하게끔 만든다는 뜻이다.

이명박 후보가 바로 그런 타고난 거짓말장이인데 이명박 후보의 경우는 말을 하다가 입맛을 다실 때가 바로 스스로를 속이고자 할 때 또는 확신이 없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강한 자신감을 부여하고자 하는 때이다.